공중급유·간이침대·각성제에 의존한 조종사들
이란 핵시설 공습 후 복귀까지 37시간 비행
"소변 주머니와 각성제, 간이 화장실…"
미국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최근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뒤 본토로 돌아오는 37시간의 초장거리 임무를 수행하면서, 조종사들의 고강도 작전 수행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25일 외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공습은 미국이 B-2 폭격기 7대를 동원해 벙커버스터 폭탄 GBU-57 14발을 투하한 대규모 작전이었다. 이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부수가 이스라엘·이란의 전격적 휴전 합의로 이어진 만큼, 미국 언론은 그 이면에 주목하고 있다.
CNN 방송은 24일(현지시간) 과거 2001년 아프가니스탄 공습 당시 44시간 비행 기록을 세운 멜빈 G. 디아일 전 미 공군 대령의 경험을 인용해 장거리 폭격 작전의 실상을 소개했다.
디아일 대령에 따르면, B-2 조종사들은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24시간 연속 비행 훈련을 정기적으로 받으며, 실제 출격 시 임무 시간은 작전 직전까지 정확히 통보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작전 참여는 몇 시간 전 통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통령의 승인 연락이 올 때 비로소 이틀간 비행할 것을 인지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극한의 작전이 예상될 경우, 기지 내 군의관은 조종사에게 수면제를 처방해 출격 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임무가 시작되면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최소한의 쪽잠을 취해야 한다. 조종사 두 명이 번갈아 간이침대에서 3~4시간씩 눈을 붙이는 식이다.
공중급유도 고난도의 작업이다. B-2는 급유구 위치가 조종석보다 훨씬 뒤에 있어, 조종사는 급유 파이프를 시야로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오랜 훈련과 감각에 의존해 급유를 진행해야 한다.
각성 상태 유지를 위한 약물 사용도 언급됐다. 디아일 대령은 과거 "고필(go pill)"이라 불리는 암페타민이 항공군의 승인 하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정책이 변경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덧붙였다.
장시간 비행에서 피할 수 없는 생리적 문제도 있다. B-2의 조종석 뒤에는 별도의 칸막이 없이 화학물질로 냄새를 억제하는 간이 화장실이 있지만, 조종사들은 혹여 내용물이 넘칠 것을 우려해 실제 사용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고고도에 맞춰 설계된 조종석 환경은 탈수를 유발하기 쉬운 탓에 물을 마셔야 하므로, '소변 주머니'로 불리는 흡수형 장비가 필수적이다. 디아일 대령은 "한 시간에 한 병꼴로 물을 마시며, 사용한 소변 주머니의 개수를 세며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이처럼 신체적·정신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임무인 까닭에 화이트먼 공군기지에는 심리학자들도 배치돼 B-2 조종사들의 임무 준비를 돕는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21일 0시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를 이륙한 B-2 7대는 약 18시간 뒤 이란 포르도 핵시설과 나탄즈 핵시설에 초대형 벙커버스터 GBU-57 14발을 쏟아부었다. 이란은 그로부터 이틀 뒤 이스라엘과의 휴전에 합의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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