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신탁업 혁신방안 국정기획위에 제안
신탁가능재산 범위 확대 등
은행권 자체적으로 상품 확대↑
"소액신탁 활성화 위한 세제혜택 등 필요"
은행권이 신탁업 활성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신탁의 종합재산관리 기능 강화와 비대면 신탁계약 활성화를 정부에 제언하거나 자체적인 상품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노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안정적 노후와 상속재산 관리 등 사회적 요구가 늘어나자 은행들은 신탁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국정기획위원회에 '경제 선순환과 금융산업의 혁신을 위한 은행권 제언'에서 금융산업 혁신 방안으로 신탁업 활성화를 제안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조속한 시행을 통해 '신탁의 종합재산관리 기능 강화'와 비대면 특정금전신탁 계약 시 설명방식 개선을 요청했다.
우선 신탁가능재산 범위 확대를 제안했다. 현재 7종(금전·증권·금전채권·동산·부동산·부동산 관련 권리·무체재산권)으로 한정된 신탁가능재산의 범위에 담보권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재산을 추가하는 것이다. 신탁업자가 아닌 분야별 전문기관에 신탁 관련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특례규정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외에도 비금전재산신탁의 수익증권 발행을 허용하고, 신탁 주식 의결권(지분율 15% 초과 시 의결권 행사 금지) 행사 제한 완화도 필요하다고 봤다.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비대면 계약을 할 때 고객과의 영상통화 의무가 있는데, 이 의무를 삭제해 비대면 채널에서의 신탁계약 활성화도 제안했다. 은행연합회는 "다양한 재산을 종합적·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신탁 본연의 기능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조속히 시행되는 한편, 점진적으로 신탁가능재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신탁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 상품을 재정비해 내놓거나 신상품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들어 신탁 상품 2개(부동산증여신탁·종합유언대용신탁)를 선보였다. 부동산증여신탁은 신상품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 이전에 사전 증여를 통해 증여세 부담을 줄여준다. 수증자에게 일정 의무를 부여하는 조건부 증여 설계도 가능하다.
종합유언대용신탁은 금전·부동산·유가증권 등 자산을 신탁계약을 통해 생전에는 본인을 수익자로, 사후에는 지정 수익자에게 승계할 수 있게 설계됐다. 긴급자금이 필요할 땐 중도 인출도 가능하다. 이번 재출시를 통해 상품 가입 최소 금액을 기존 3억원 이상에서 금전 외 신탁재산 합산 1억원, 금전인 경우 5000만원 이상으로 낮춰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
금융권 최초 서비스를 선보인 곳도 있다. 하나은행은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과 금 실물 거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금 실물 신탁' 서비스를 출시했다. '하나더넥스트 마이골드신탁'은 신탁 계약 체결 후 금 실물을 맡기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처분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금을 은행에 맡기면 일정 기간 운용 후 만기에 금 실물과 함께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하나더넥스트 마이골드운용신탁'도 출시 예정이다.
신탁은 금융사가 금전·증권·부동산 등 다양한 재산을 수탁받아 고객 대신 관리하는 상품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선 가계자산 관리수단으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다.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은퇴 후 안정적 소득 확보 및 재산 관리, 사망 후 상속재산의 원만한 분배 및 관리를 위해 신탁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치매 머니'가 2050년 488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측이 나오자 유언대용신탁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치매머니는 개인이 치매 판정을 받아 의사 능력을 상실한 후 사후 상속이 이뤄질 때까지 계좌에 묶인 돈을 말한다. 미리 신탁계약을 통해 치매머니가 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의사능력을 상실하더라도 고객 자산을 병원비나 요양비에 활용할 수 있다.
유용한 수단인 것에 비해 시장 자체는 아직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2년 정부가 제시했던 신탁업 혁신 방안이 빠르게 법제화돼야 하며, 중산층 대상 소액신탁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세제혜택 제공이 필요하다"며 "이외에도 온라인 신탁 서비스 제공자 허용과 동시에 금융사의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신탁 서비스의 대중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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