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철의 스타트업 필독法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할 때 체결하는 신주인수계약은 단순한 자금 조달 계약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창업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에게 중대한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해관계인은 보통 공동창업자, 주요 주주 등을 포함하며 이들은 투자계약의 당사자로서 회사와 함께 진술·보장, 의무이행, 손해배상 등 다양한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상법 원칙에서 비롯된 투자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다. 투자자가 신뢰한 창업자가 계약 체결 후 회사를 떠나거나 투자금 용도를 위반해도 법적으로는 회사가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개인 창업자에게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계약에 창업자 등 이해관계인을 당사자로 포함시키고 연대책임 조항 등을 삽입했다.
이해관계인이 제공한 회사 정보가 사실과 다르거나 누락이 있다면 투자자는 이해관계인의 진술 및 보장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주식 매각 시 투자자에게 우선매수권이나 공동매도권을 부여해야 하며, 이해관계인이 일정 기간 유사 업종에 종사하는 것도 제한된다. 또한 후속 투자나 이사회 구성 등 주요 의사결정에는 투자자의 사전 서면 동의가 필요하다.
많은 창업자가 투자 유치에 급급해 계약서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서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연대책임 조항이 포함된 계약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창업자 개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계약문서이다. 창업자는 다음 네 가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첫째 자신이 이해관계인으로 특정되어 있는지, 둘째 개인 책임이 발생하는 조항이 있는지, 셋째 무과실 책임까지 포함되는지, 넷째 향후 경영 계획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조항이 있는지 등이다.
신주인수계약은 창업자에게 있어 단순히 돈을 받는 계약이 아니라 투자자와의 동반자 관계를 정립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수용하는 약속이다.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이 계약서의 구조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는 일은 창업자 스스로 미래의 법적 리스크를 키우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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