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 배분 놓고 여야 진통
내일 본회의까지 논의 지속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둘러싼 여야 논의가 헛바퀴만 돌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급한 더불어민주당은 원 구성을 빠르게 매듭지어야 하지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가 양보 없이 대치하고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대신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는 협상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원내대표는 오는 26일 예정된 본회의 전까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날 두 차례 회동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을 이어가는 것이다.
최대 쟁점은 법사위원장 배분이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위해 법사위원장을 내려놓으면서 공석이 됐다. 민주당은 22대 전반기 국회 원 구성 당시 여야 합의에 따라 1년 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이었던 관례를 따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운영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5곳의 상임위원장 자리가 공석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양당에 오는 26일까지 추경 심사를 위한 예결위원 명단 제출을 요청했다. 예결위원장을 비롯해 공석인 상임위원장 선출에 대한 협의도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명단 취합을 마친 가운데 민주당은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예결위원장 선출을 추진키로 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예결위원장 등 비어 있는 상임위원장 선임 절차가 필요해서 27일 본회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6월 임시국회 내 추경 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대신 예결위원장 자리를 내놓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 구성 문제가 장기간 표류할 경우 추경 심사를 위한 첫 단추를 꿸 수 없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추경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만큼 예결위원장을 넘겨주더라도 추경 심사를 무리하게 지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국민의힘이 제안을 받지 않더라도 원 구성을 단독 처리할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아직 이 같은 내용이 공식 협상에서 거론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이 협상 카드를 내놓더라도 국민의힘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법사위원장은 국회 전체 입법 주도권을 쥐는 자리인 만큼 소수야당이 된 국민의힘 입장에선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다른 상임위원장을 다 넘겨주더라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와야 하는 게 당내 기류다. 법사위 소속 신동욱 의원은 통화에서 "예결위는 다수결로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결위원장을 받는다고 해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을 수도 없다"며 "예결위와 법사위를 같은 선상에서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협상이 난항에 빠질 경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사수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합의가 안 될 경우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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