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t급 차륜형 장갑차 시험주행 언론사 첫 공개
장병보호·무장강화 등 중량늘려 방산시장 조준
세계 방산시장에 장갑차가 떠오르고 있다. 장갑차는 말 그대로 장병을 싣고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게 주목적이다. 20세기 초기만 해도 장갑차는 단순했다. 일반차량에 철판을 덧붙인 게 전부다. 장갑차는 진화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면서부터다. 우크라이나군은 2023년 6월 오리히우(Orifhiv)시를 공습할 당시 최정예 기갑전력인 M2A2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를 투입했다.
러시아는 반격에 나섰다. 대전차 지뢰를 무더기로 땅에 심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뢰 폭발에도 끄떡없었다. 스스로 차량에서 걸어 나오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세계 각국 방산기업들은 장갑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냈다. K 방산도 마찬가지다. 현대로템은 30t급 차륜형 장갑차를 개발했다. 언론사 최초로 시험주행을 공개한 30t급 차륜형 장갑차를 보기 위해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 안전연구원(KATRI)을 찾았다.
쭉 뻗은 도로 위에서 30t급 차륜형 장갑차를 볼 수 있었다. 육중한 몸을 자랑했다. 바퀴 하나의 높이만 족히 1m는 넘어 보였다. 모두 8개의 런플랫(Run Flat)타이어 바퀴를 장착했다. 런플랫 타이어는 주행 중 총격을 받아 펑크가 나도 차량이 정상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타이어다. 장갑차가 지뢰를 밟아 타이어가 손상돼도 시속 50㎞의 속도로 50㎞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타이어에 불이 붙어도 운행이 가능하다. 각 타이어 상단에 소화기를 장착했다. 구동축이 망가져도 문제없다. 바퀴는 제각각의 구동 체계로 움직인다. 한두 개 바퀴가 심각한 손상을 입어도 이동엔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달리기 시작했다. 시동과 함께 60% 종경사와 40% 횡경사를 무사통과했다. 평지에서 속도는 시속 100㎞를 거뜬히 넘겼다. 멈춰선 30t급 차륜형 장갑차(길이 9.3m, 폭 3.1m, 높이 2.8m)를 가까이에서 보니 크기가 웅장했다.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차륜형 장갑차 K808(길이 7.4m, 폭 2.7m, 높이 2.3m)보다 컸다. 무게는 30mm 포탑을 장착할 경우 30t이지만, 화력지원 차량으로 사용하기 위해 105mm 대구경 포탑을 장착할 경우 35t에 달한다. 30t급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기본적인 무장으로 30mm 기관포와 대전차 미사일 2발을 장착한다.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수륙양용도 가능했다. 바퀴 동력으로 운용하다 2m 깊이 이상의 수심에서는 고성능 수상 추진 프로펠러를 가동했다. 차륜형 장갑차 뒤쪽에 설치된 프로펠러는 외부로 노출돼 있지 않은 덕트 팬(duct fan) 구조로 설계됐다. 유압식으로 수상에서 시속 10㎞의 속도를 낸다. 덩치가 작은 K808(27t·시속 8㎞)보다 더 빠르다. 갑옷을 입은 듯한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방호력도 강화됐다. 전장에서 중기관총이 맞아도 끄떡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방호력은 나토 표준화 협정(STANAG) 탄도 보호 레벨 4에 해당한다.
내부 탑승 인원은 8명의 보병을 비롯한 조종수, 포수, 차장이 탑승한다. 내부를 보니 탑승석 위에서는 모니터도 장착됐다. 장갑차 밖에 전장 환경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조정석에 가니 현대 로고가 새겨진 자동차 핸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종법도 일반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니터에는 전후측면 관측 카메라는 물론 어라운드뷰(Around-View) 기능까지 탑재됐다. 운전석은 널찍했다. 큰 체형을 가진 유럽인들을 배려해서다.
정지승 장갑차 체계팀 책임연구원은 "30t급 차륜형 장갑차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수출형 모델"이라면서 "차량이 커지면서 탑승 인원 11명을 태울 수 있고 내부인원의 편의성을 더 했다"고 말했다.
양낙규 군사 및 방산 스페셜리스트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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