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시청자도 간접 경험한 제주 방언
넷플릭스, 현지 문화 반영해 작품 정서 살려
"콘텐츠 흥행에서 더빙 차지하는 비율 상당"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극 중 제주 방언의 정서를 그대로 살리기 위한 넷플릭스의 현지화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의 배경은 제주도. 등장인물들이 구사하는 제주 방언은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낯설다. 귀로 들으면 무슨 말인지 가늠이 어렵고, 한글 자막을 봐도 "내가 짐작한 뜻이 맞나" 싶은 순간이 많다. 해외 시청자들 역시 같은 경험을 공유했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방언의 특성을 더빙에도 고스란히 반영했다.
로베르토 그라나도스 넷플릭스 중남미 더빙 디렉터는 25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도시 출신이 아닌 인물들이 쓰는 스페인어를 표현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에 지사를 둔 스튜디오와 협업했다"며 "의도적으로 지방 도시 특유의 억양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제작 초기부터 넷플릭스 본사와 긴밀하게 스크립트를 공유하며 장기간 논의한 결과였다. 그라나도스 디렉터는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서 중남미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해 제주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를 현지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목소리 톤과 감정 표현이 원작 배우와 유사한 성우를 캐스팅해 캐릭터의 매력도 세심하게 살렸다. 대표적인 장면은 1화에서 광례(염혜란)가 부르는 자장가다. 그는 "엄마와 딸의 감정선을 온전히 전달하고자 가사를 그대로 번역했고, 성우에게는 실제 배우처럼 감정을 담아 리듬을 살려 노래하게 했다"고 전했다.
중남미 시청자들을 의식해 억지로 현지식 표현을 삽입하지도 않았다. 그라나도스 디렉터는 "라틴계 시청자들이 어색하게 느낄 수 있는 침묵조차 감정의 여백으로 남겨뒀다"며 "그 결과, 한국식 슬픔이 중남미에서는 오히려 차별화된 미학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연령층의 공감과 호응을 이끌며 현지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 영어 더빙팀의 존 드미타 시니어 매니저도 "더빙은 글로벌 콘텐츠 흥행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많은 시청자가 언어 장벽 없이 작품을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콘텐츠의 가치를 한층 높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뒤늦게 영어 더빙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북미와 유럽 시장으로 흥행 범위를 확장했다.
넷플릭스가 더빙 현지화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2022년부터다. 매년 전 세계 더빙 스튜디오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고, 각국 언어에 맞는 각색과 립싱크, 음악과 대사의 몰입도를 높이는 믹싱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해외 콘텐츠를 자국 콘텐츠처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드미타 매니저는 '오징어 게임'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았다. 그는 "영어 더빙이 최고 수준으로 완성됐다. 모든 장면에서 입 모양이 자연스럽게 맞고, 번역은 물론 한국의 문화적 뉘앙스까지 정확히 담아냈다"며 "언어학자, 성우, 기술자 등 다양한 전문가가 힘을 모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창의적인 과정을 거쳐야만 자연스러운 대사와 함께 새로운 문화가 제대로 전달된다"며 "오징어 게임과 폭싹 속았수다 같은 또 다른 성공작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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