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재단 경제포럼서 발표
"저금리·확장재정 등 총수요부양책, 성장추락 저지 못해"
"국가 성장동력을 모방형 → 창조형 인적자본으로 전환해야"
우리나라의 10년 평균 장기성장률이 0%대에 접어든 가운데,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돈을 더 풀고 금리를 낮추는 '총수요부양책'이 아니라 기술주도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24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니어재단 주최 '한국 경제 생태계의 침하, 성장력과 역동성의 퇴조'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10년 평균 장기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면서 올해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제로성장' 시대가 오면 연간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되는 역성장이 2년에 한 번꼴로 나올 수 있고, 외환위기 이상의 매머드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글로벌 기술경쟁력 약화, 근로자 소득감소 등 수많은 국민들이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새 정부의 최대 과제는 장기성장률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라며 "'5년 1%포인트 상승'을 목표로 국가적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전 정부들처럼 건설경기 부양· 저금리·대출규제 완화·확장적 재정정책 등 총수요부양책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난 30년간 모든 정부가 진통제 격인 총수요부양책을 과도하고 주기적으로 이를 반복했으나 성장 추락을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며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찾아내 이를 촉진하는 진짜 성장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능력인 창조형 인적자본'을 제시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성장률이 5년에 1%포인트씩 하락한 원인은 모방형 교육과 경제체제의 답습 때문"이라며 "국가 성장동력을 모방형에서 창조형 인적자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개발이 일부 대기업이나 이과전문연구 인력에만 의존하는 '소수 엘리트' 형태에서 탈피하고, 모든 국민과 기업이 창조적 아이디어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산업에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는 새로운 기술이 나올 수 없다"며 "소수가 아니라 수많은 국민과 기업들로부터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 아이디어를 기술화해 수출하는 한국판 애플·엔비디아가 등장하면 15년 뒤 장기성장률 4%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 원작자의 이름을 정부가 전 국민 아이디어등록부에 등록하고 소유·재산권을 부여하는 '아이디어 재산권 보장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과거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고속도로 입출구 색깔유도선과 같은 아이디어를 국민이 제안하면 정부가 아이디어를 구매하고, 상업화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 지분도 배분하는 식이다. 창조형 기업에는 법인세를, 창조형 제품에는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는 등 보상 인센티브도 제안했다. 모든 국민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제도 개혁 등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서 주제 발표에 나선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현재의 국가혁신체계로는 글로벌 경쟁은 물론 차이나쇼크 2.0으로부터 국내시장을 지키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새 정부는 내가 준비된 정권임을 보여야 한다. 단기·근시안적으로 과학기술과 교육 문제에 접근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교수는 그러면서 "국가전략기술육성 기본계획을 범정부 차원 계획으로 격상해야 한다"며 "인재를 개발하는 교육개혁과 함께 과학자 육성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통령실의 AI 수석에 대해서는 더 큰 범위의 과학기술 수석으로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도 기조연설에서 "또 한 번의 창조적인 파괴를 통해 생산성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며 "전방위적인 창조적 혁신 운동은 많은 정치적 비용이 수반되고 5년 이내에 완성되기도 어렵지만,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과 이근 중앙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도 주제 발표 및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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