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래 - 교통의 미래
OECD 내 한국인 최초 최고 직위
"교통, 협력분야 확대 접근"
신 교통빈곤층… "국가 역량 집중"
"韓 시스템, 플랫폼 구축 과정 부족"
김영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통 포럼(ITF) 사무총장은 서울을 포함한 세계 대다수의 메가시티가 교통 체계 한계에 직면했다고 봤다. 교통을 빠르고 편리함을 위한 수단으로만 접근해 복합적인 문제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OECD 내에서 교통정책을 담당하는 장관급 회의체 'ITF' 수장인 김 사무총장이 7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교통은 그 자체보다 국토개발, 지역개발, 도시개발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는 하위전략으로 인식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그는 출퇴근 교통혼잡, 온실가스 감축, 인구감소, 고령화 등 다른 정책 분야를 지원하는 체계로 교통 정책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OECD 내 한국인 최초로 최고 직위(A7)에 오른 그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 역시 교통과 타 산업 분야와의 시너지 확대다. 서울 외 파리, 도쿄, 런던 등 메가시티들이 모두 유사한 교통 문제에 직면하게 된 이유도 타 산업과의 연계 부족으로 보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교통은 경제, 산업, 관광, 보건 등 여러 분야와 연관성이 높기 때문에 해당 분야와의 협력을 강화할 경우 하나의 정책에 대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협력 분야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구감소 여파로 발생한 인프라 소외지 거주민, 고령화에 따라 늘어난 노인층 등 신 교통 빈곤층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고민과 대응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교통 인프라의 공급 여부는 비용편익 분석에 근거해 진행되고 인구감소는 편익 감소로 연결돼 장기적으로 교통 인프라 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한국의 성장과 직결되는 문제로, 당장의 교통 정책 변화가 아닌 종합적 시각을 바탕으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부연했다.
김 사무총장은 ITF에서 농촌 등 교통 소외지역에 대한 지속 가능 한 교통서비스 제공 방안이나 고령층을 포함한 전 계층별 접근 가능성 개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소개했다. 단순 인프라 확대나 무료 정책 등 일차원적 복지 접근은 근본적인 해결책과 거리가 멀고 장기적으로도 정책 불균형을 초래할 것으로 봤다.
특히 김 사무총장은 "유럽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복지 차원에서 추진한 우리나라와는 정책 목적이 상이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의 경우 높은 자가용 의존 해소를 통한 혼잡비용 완화, 지구 온난화 등 기후 위기 대응, 포용적 차원에서의 혜택 범위 확대 등의 목적을 모두 반영하고 있어서다. 그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결국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과 국민적 합의 관점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 격차(Digital divide)'로 인한 교통 빈곤층의 발생도 우려하고 있었다. ICT 발전과 스마트폰 일반화로 새 교통서비스가 모바일 기반으로 제공되는 추세인 만큼 적응이 어려운 계층은 더 소외당할 것이라는 얘기다.
공유 자전거와 킥보드 등 공유교통체계 운영을 위해 기존 전통적 교통수단과의 협력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사무총장은 "파리가 관리 부실 및 사고 등 안전 문제로 공유 킥보드 이용을 금지한 것과 같이 규제가 없는 경우 오히려 새로운 서비스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메가시티들이 겪는 과밀화에 대한 대안으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철도 지하화, 지하도로 신설, 도심 항공모빌리티(UAM)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를 함께 표했다. 김 사무총장은 "한정된 자원 등 제약 요건에서 이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지상 공간을 최소한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수도권 전체의 도시공간 구조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교통에 있어 최상위에 둬야 할 가치는 안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추진하는 시범사업 방식은 이용객의 충분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있는 만큼,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안전 이슈가 충분히 담보되는지를 살펴보면서 관련 법과 절차에 대한 정비도 단계적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사무총장은 한국 교통 시스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의 교통 시스템의 경우, 매우 우수해 다른 나라에서도 벤치마킹하고 있지만 이 같은 요소들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장기간 축적된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위한 민관의 적극적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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