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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이재명 '주가 상승'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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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이재명 '주가 상승'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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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 정비업체인 한전KPS의 주식을 갖고 있던 한 지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 직후 걱정이 많아졌다. 민주당 정권의 탈원전으로 원전 주가가 곤두박질쳤던 기억 때문이다. 회사가 민주당 주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적용될 수 있다는 이슈도 나왔다. 그러나 이재명 정권 첫 거래일 이 회사 주가는 의외로 잘 버텼다. 이후 한국형 원전 수출 확정 소식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탈원전 대신 원전+재생 '에너지 믹스'를 택했다. 예상과 달리 한전KPS 주가는 급등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6일 만에 종합주가지수는 3000을 돌파했다. 3년 6개월 만의 회복이었다. 미국 관세 폭탄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도 상승을 막지 못했다. 1400만 개인 투자자의 관심사는 상승의 원인과 지속 가능성일 것이다.

진보 정권은 성장 대비 분배를 중시하고 주가 상승은 영업이익 성장의 산물이라 몇몇은 진보 정권기 주가 상승을 낯설게 느낀다. 이런 반전 때문인지 친여 매체는 이재명 정부의 주가 상승을 크게 보도한다. 이들은 이 대통령의 코스피 5000시대 공약, 민주당의 주주 보호 상법 개정 움직임, 새 정부의 주주 환원 정책과 불공정거래 근절 의지를 주가 상승의 원인으로 꼽는다. 새 정부가 한국 주식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했다고까지 말한다. 이러한 해석은 근거가 있지만 홍보성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들리는 측면도 있다.


정치경제학에 바탕을 둔 일부 탐구는 진보 정권 출범 초기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았던 국내외 사례를 보고한다. 그러나 중장기로 볼 때, 큰 정부, 기업규제, 복지 우선의 진보 정책이 자유시장경제의 보수 정책보다 주식시장에 더 친화적이었다는 증거는 없다. 이번 새 정부 초기 주가 상승을 조금 냉정하게 평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재명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20조원을 편성해 이 중 13조2000억원을 국민에게 민생 지원금으로 나눠 준다.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관점에서, 윤석열과 이재명의 다른 점은 실행력이다. 윤석열 정권은 예산·입법을 지원받지 못해 실행력이 형편없었다. 비상계엄 사태 후엔 전혀 없었다. 반면, 행정·입법이 일체화된 이재명 정권은 결심한 걸 실행할 수 있고 돈 풀기를 결심했다.

합리적 기대 이론에 따르면, '정부가 실행할 능력을 지녔고 실제로 실행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를 가질 때 주식투자자를 비롯한 경제주체는 비로소 움직인다. 돈 풀기에 의한 유동성 확대는 주가에 호재다. 이에, 새 정부가 무려 100조원을 투입하기로 약속한 인공지능 분야 등을 중심으로 주식 투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하정우 네이버 인공지능 센터장을 대통령실 AI 수석으로 임명하고 네이버 주가가 일주일 남짓 만에 40% 포인트 치솟은 건 이번 쇼의 하이라이트였다.


문제는 돈 풀기가 '물가 상승' 전까지만 주가에 호재라는 점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경기를 부양시키고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 최선이다. 반면, 승수 효과도 없고 경기 침체가 여전한데 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국가채무가 치솟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R(경기 침체) 공포'보다 훨씬 무서운 게 'S(경기 침체+물가 상승) 공포'다.


수출도 큰 문제다. 우리나라는 수출 액수와 종합주가지수가 정비례의 상관성을 보여왔다. 그런데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6월 22일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2.2% 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 초기의 주가 상승을 냉소할 필요는 없지만 낙관도 금물이다.


허만섭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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