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 기조실장 "예방적 계엄 없다"…尹, 증언 정면 반박

尹측 "사건 특검 이첩은 위헌"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3일 처음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 직접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23일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8차 공판을 진행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내란혐의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에는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재식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차장(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박억수 특별검사보는 직접 증인신문에 나서며 이 준장에게 "계엄 임무 수행군 지정 절차를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대통령이라도 계엄 관련 권한을 함부로 발동할 수 없다는 또 다른 통제의 의미로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준장은 "계엄이 선포되더라도 최소한 물리적 임무를 수행하는 계엄군은 함부로 지정하지 않고, 활용하지 말라는 또 다른 통제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준장은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 "예방적 계엄이라는 말을 들어봤느냐"고 묻자 "예방적 계엄은 용어가 아니고, 예방적으로 (계엄을) 선포할 수 없다는 워딩(말)이 실무 편람에 있다"고 했다.

윤 변호사가 "이번 비상계엄은 최소한의 병력으로 유지하다 보니 선조치 후에 계엄사령관 측으로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게 비상계엄하에서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특이한 케이스는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는 비상계엄 당시 합참 계엄과장이었던 권영환 육군 대령의 증인신문도 이뤄졌다. 권 대령은 "제가 생각하는 계엄 선포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관련 절차를 미리 하라는 지시도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증언을 반박했다.

이 차장이 "합참의장의 계엄사령관 지명을 전제로 계엄과가 모체가 돼 계엄 관련 모든 지시와 방향을 설정하고 제시한다"고 증언한 데 대해 윤 전 대통령은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이라도 벌어진다면 합참의장은 계엄사령관을 할 수 없다.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합참의장은 계엄 사무를 담당할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업무는 기본적으로 군을 투입하는 업무이다 보니 군정 업무라기보다 군령 업무에 속한다고 보기 때문에 합참에 계엄과를 둔 것뿐"이라며 "오늘 증인 두 분이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이 되고, 전시를 기준으로 해서 (계엄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건 취지로 봤을 때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군다나 12·3 비상계엄은 국민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가능한 최소 인력의 실무장을 하지 않은 군인을 투입하는 상황"이었다며 "계엄과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 맞는 것은 아니다. 다른 각도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 특검이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를 유지하는 데 이의를 제기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내란특검법은 위헌 조항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 특검을 추천하고, 같은 당에 소속된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고, 수사권을 재차 행사하는 건 역사상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법률적 문제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음 달 3일 9차 공판에서 이날 신문을 마치지 못한 권 대령과 국군정보사령부 고동희 전 계획처장(대령)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