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경제협회장 취임 후 첫 국내언론 인터뷰
'한일 경제공동체' 구성에 긍정적 입장 피력
"일·한 양국 왕래자 1200만 시대…
출입국 수속의 간소화 기대"
"일·한, 최상 파트너…韓 CPTPP 가입부터"
한국과 일본 재계 가교의 한 축인 일한경제협회의 새로운 수장이 된 고지 아키요시 아사히그룹홀딩스 회장은 한일 경제협력의 미래 구상에 "여권 없이 왕래하는 한국과 일본이 되길 꿈꾼다"고 밝혔다. 양국 재계에서 제기된 '한일 경제공동체' 구성에 환영의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는 또 한일 경제협력 수준을 한층 높이기 위해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요청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지 회장의 발언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는 이달 초 일한경제협회장에 취임했는데,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지 회장은 '한일이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지난해 일·한 양국을 왕래한 사람이 1200만명을 넘었고 서로 간의 호감도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며 "일·한 관계는 어느 때보다 긴밀해지고 있고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 선행돼야 할 과제로 "출입국 수속의 간소화"라고 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출입국 간소화 제도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김포, 김해공항과 일본의 하네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상대 국민 전용 입국심사대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제도가 보다 구체화되고 정착되면 양국 기업 등 민간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EU)에 버금가는 한일 경제공동체를 결성하는 데 필요한 발판이자, 첫 단추로서의 의미도 있다. 고지 회장도 이에 공감한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 재추진 가능성이 제기되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기업 등 국내 산업계의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아 2006년 교섭이 중단된 이후 양국 정부가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것 같다"며 "협정 상대국끼리는 서로 간의 이해도 필요해 기업의 부담도 적지 않다"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대신 "CPTPP 가입이 더 높은 레벨의 협력으로 가기 위한 길이며 이를 위해 한일 재계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지 회장은 "경제에서 일·한은 경쟁 관계에 있는 동시에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어 이보다 좋은 협력 파트너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워 관세 정책을 펴는 등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면서 각국이 존재감을 발휘하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하며 이럴 때일수록 양국이 똘똘 뭉쳐야 한다고 했다.
특히 고지 회장은 한일이 인재의 발굴과 육성에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인재를 키워내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된 목표 아래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최고의 인재를 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지 회장은 "한국 기업에는 근면한 인재가 많으면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의사결정이 빠른 것도 특징"이라며 "일본 기업은 신중한 의사결정과 계획적인 추진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한으로 억제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를 육성해내는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고지 회장은 한일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양국 정부의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수년 전만 해도 한일관계는 '최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좋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의 영단과 이에 응한 일본 정부에 의해 극적으로 개선됐다"며 "정치는 자동차의 앞바퀴, 경제는 뒷바퀴라고 할 수 있다. 앞바퀴인 정치가 축을 잘 잡고 뒷바퀴인 경제가 추진력이 돼 관계를 발전시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라고 했다. 일한경제협회장으로서 고지 회장의 임무도 막중하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도 훌륭한 인재가 한일 양국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지 회장은 "일·한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된 올해 큰 역할을 맡게 돼 긴장하고 있다"며 "미래를 향해 양국 경제계의 연계 및 협력은 한층 더 중요하며 미력하게나마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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