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파리 K플러스 페스티벌 '해녀' 초청
역사·문화 등 강연…식음료 팝업 행사도 흥행
콘텐츠 인기 타고 해외서 관심↑
해산물 원료 가공식품 등 해외 판매 확장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테대학교에서 열린 제3회 K플러스 페스티벌. 음식과 뷰티, 전통놀이, 음악 등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유럽에 알리기 위해 기획된 이 행사에 제주 해녀가 정식으로 초청받았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엄마, 해녀'를 주제로 해녀의 유래와 역사,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 강연을 하고 바다에서 채집한 해산물을 활용한 메뉴와 조리식품을 유럽에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틀간 1만5000여명이 다녀간 행사에서 해녀와 이들의 문화는 선풍적인 인기였다. 10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강연장은 빈자리 없이 채워졌고 뿔소라비빔밥과 기름떡, 말차 등 해녀와 제주를 대표하는 먹거리를 소개하는 부스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전통복장을 입고 대표단으로 현지에 간 해녀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려는 관람객들도 적지 않았다.
해녀가 채집한 원물과 이를 활용한 조리식품을 '해녀의 신세계'라는 자체브랜드(PB)로 주요 매장 식품관에서 판매하고 있는 신세계 백화점도 이 행사에 초대받아 팝업 레스토랑과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총괄기획자로 동행한 강영남 신세계백화점 신선식품팀 수산물바이어(과장)는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리사 시가 쓴 '해녀들의 섬'을 비롯해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등 해녀를 주제로 다룬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유럽에서도 해녀와 그들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서 "이틀간 열린 행사 내내 방문객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적과 드라마 등 각종 콘텐츠로 전파된 K해녀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들이 수확해낸 해산물을 활용한 상품들도 수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0년부터 제주 자연산 수산물 유통과 직접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만제영어조합법인'은 미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에 자체 상품을 수출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생선 뼈를 발라낸 구이용 필렛을 중심으로 성게알소스, 딱새우 맑은 간장, 톳장, 뿔소라장 등 소스와 장류를 자체 개발해 해외에 판매 중이다. 전복뿔소라 수프처럼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재료로 넣은 레토르트(상온 간편식) 제품도 만든다.
만제영어조합법인은 미국에서 로스앤젤레스와 시카고 한인마트 등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올해 5월까지 수출액만 60만 달러(약 8억원)로 지난해 연간 실적인 30만 달러보다 이미 두 배가량 늘었다. 2022년 제주 수출인의 날 기념식에서 100만불 탑을 수상한 이 법인은 적극적으로 수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김수정 만제영어조합법인 대표는 "3년 내 수출 10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관심을 보이는 곳이 많아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말레이시아 등 신규 거래처 확장을 위해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고, 현지 협력사를 통해 중국을 대표하는 온라인 인플루언서 '왕홍'과 연계한 상품 홍보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K플러스 페스티벌의 흥행을 계기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도 해녀를 주제로 한 강의와 상품 홍보 제안을 받아 하반기 참가 여부를 조율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프랑스 파리 시테대학교에서 열린 K플러스 페스티벌에서 관람객들이 해녀가 채취한 해산물로 만든 '해녀의 신세계' 뿔소라비빔밥과 제주 특산 메뉴 등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이처럼 관련 상품의 수출 확대가 급감하는 해녀 인구와 생태계를 보전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14년 4415명이던 제주도 내 해녀 인구는 10년 만인 지난해 2623명으로 줄었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 80세 미만이 1165명으로 44.4%에 달한다. 80세 이상도 429명으로 고령화됐다. 40세 미만은 41명에 불과하다. 고된 육체노동에 비해 수입이 적기 때문에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는다. 연중 조업일수가 100일 남짓에 불과하고 판로도 도내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김 대표는 "해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로 나가는 '강인한 어머니(제주 방언 어멍)'로 부각되지만 거친 물질을 끝내면 밥을 넘기기도 어려울 만큼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직업"이라며 "판매처를 확대하고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이들의 노력이 보다 많은 보상을 받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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