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장관 "러 푸틴 회담 예정"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6월 하노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21일 이란 3개 핵시설 공습을 계기로 이란과의 밀착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21일(현지시간) 이란 3개 핵시설 공습을 계기로 전략적 동맹 관계인 러시아와 이란이 밀착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 역시 전쟁 중단을 촉구하며 이란 측 지원사격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22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매우 중요하고 진지한 논의를 나눌 예정"이라며 "이번 회담은 양국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공습 이후 러시아는 전략적 동맹 관계인 이란과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공동의 위협과 도전 과제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전 대통령이자 현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복수의 국가들이 이란에 자국의 핵탄두를 직접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드미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지난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X·옛 트위터)에서 "핵물질 농축과 핵무기 생산은 계속될 것"이라며 "몇몇 국가들은 이란에 자국의 핵탄두를 직접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특정 국가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러시아를 포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 핵 및 군사시설 기습 공습을 단행한 지난 13일부터 전쟁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푸틴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는 것에 대해 "열려 있다"고 호의적으로 굴었다가 사흘 후인 18일에는 "우선 러시아부터 좀 중재를 하자"며 중재 거절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자국 일에 더 신경 쓰라는 의미다.
중국 정부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을 강하게 비판하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푸 총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갈등에 기름을 붓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에 앞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공식 성명에서 "이번 공습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목적 및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거나, 예멘의 후티 반군을 통해 홍해에서 선박 공격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해운을 마비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자체 석유 생산이 어려운 중국은 에너지 공급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 이란 의회는 전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으며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의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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