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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값의 비밀

"비싸도 막 담아요"…입소문 하나로 800억 번 '런던베이글'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외관. 허미담 기자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외관. 허미담 기자

서울 종로구 안국역 근처.

평일 오전 10시인데도 사람들 줄이 끝이 안 보입니다.

매장 안에 들어가려는 대기만 100팀이 넘고,

포장만 하겠다는 팀도 70팀이 넘었습니다.


기온은 31도. 한여름 날씨처럼 더운 날이었지만,

사람들은 땀을 흘리며 묵묵히 줄을 서 있었습니다.

이곳은 바로 '런던베이글뮤지엄'입니다.



베이글 하나에 3시간 대기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외관. 허미담 기자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외관. 허미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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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베이글뮤지엄은 오전 7시30분에 문을 엽니다.

하지만 줄은 그보다 이른 7시부터 서기 시작합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직원은

"포장만 해도 1시간30분은 기다려야 하고,

매장에 앉아 먹으려면 3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운이 없으면 대기 시간이 3시간45분까지 늘어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자는 오전 9시20분쯤 포장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약 1시간20분 뒤인 오전 10시40분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매장 안에서도 베이글을 고르기 위한 줄이 또 이어져 있었습니다.

기다리다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가격은 비싸지만, 장바구니는 묵직하게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내부 모습. 허미담 기자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내부 모습. 허미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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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내부 모습. 허미담 기자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내부 모습. 허미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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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들이 여러개의 베이글을 담고 있다. 허미담 기자

손님들이 여러개의 베이글을 담고 있다. 허미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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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습니다.

소금빵과 프레첼 플레인 베이글이 4700원,

갈릭 베이글은 5300원,

브릭레인 샌드위치는 7500원,

쪽파 프레첼 베이글은 8500원이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내부 모습. 허미담 기자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내부 모습. 허미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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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글 다섯 개를 담았더니 금세 3만원이 넘었습니다.

주변 손님들도 대부분 여러 개씩 가득 담아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한 손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하도 난리라 궁금해서 와봤다"며

"비싸긴 한데, 직접 먹어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손님은 "한 번 오면 3만~4만원은 그냥 쓴다"며

"베이글이 간식처럼 가볍고, 종류도 많아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광고도 없는데 왜 이렇게 잘 될까?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내부 모습. 허미담 기자

런던베이글뮤지엄은 2021년 서울 안국점을 시작으로

도산, 제주, 잠실, 수원, 여의도까지 단 6개 직영점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광고도, 유명인을 내세운 마케팅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매장 앞은 늘 북적입니다.


핵심은 '입소문'입니다.

쉽게 살 수 없다는 '희소성'이 오히려 더 큰 매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줄을 서서라도 손에 넣은 베이글은 SNS에서 인증되고,

그 인증이 다시 입소문이 되어

런던베이글뮤지엄 앞에 또 다른 줄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약 10만8000명,

'#런던베이글뮤지엄' 해시태그는 12만건 가까이 쌓였고,

레스토랑 예약 애플리케이션(앱) '캐치테이블'에선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 '대기 인원 가장 많은 매장' 1위에 올랐습니다.



성심당도 넘었다, '베이글 하나'로 벌어들인 796억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외관. 허미담 기자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외관. 허미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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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사 엘비엠은 2023년 한 해 동안

베이글만 팔아서 796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은 243억원이었고요.

전년보다 매출은 120.9%,

영업이익은 91.7%나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30.5%로

지역 대표 빵집으로 잘 알려진 성심당의 25%보다도 높습니다.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내부 모습. 허미담 기자

서울 종로구 런던베이글뮤지엄 안국점 내부 모습. 허미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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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없이, 매장 6곳만으로 이런 성과를 낸 건

단순히 '맛있다'로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희소한 것을 손에 넣고, 남들과 나누고 싶은 요즘 소비자들의 욕망.

런던베이글뮤지엄 앞에 늘어선 줄에는

그 심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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