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전 조율 없이 이란 공격 감행
미국의 이란 공습에 "주권 침해"
유럽·중국도 외교적 해결 촉구
미국의 이란 공습에 페르시아만과 인접한 걸프 국가들은 지역 경제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며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장기화해 걸프 지역이 전쟁터로 번질 경우 원유에 의존하는 이들 국가의 경제 기반과 에너지 패권이 흔들릴 뿐 아니라 지역 안보 전반에도 심각한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유럽과 중국 역시 미국의 일방적 군사 개입이 중동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양측에 외교적 해법을 통한 긴장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이 밤사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한 이후 아랍 국가들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확산하면 자국이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미국의 개입을 비판했다.
최근 이란과의 관계가 진전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미국을 규탄했고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의 이란 공습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바레인은 전면전의 위험성을 경고했으며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재자 역할을 해온 오만은 "미국의 행동은 갈등은 확산시키고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걸프 국가들과의 조율 없이 전격 진행됐다는 점에서 미국 안보 약속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이러한 성명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1기 시절, 미국과 이란이 전쟁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였을 당시와는 달라진 기류를 보여준다고 WP는 짚었다. 걸프 국가들이 최근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지역 정세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음을 반영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과거 걸프 국가들인 이란 핵 개발 무장세력 지원 문제에 대해 강경 대응을 선호했다면 최근 이런 기류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긴장 완화와 경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최근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는 2023년 이란과 외교 관계를 복원했고, UAE는 터키와 갈등을 해소하고 이스라엘과도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다. 오히려 이란보다 이스라엘이 중동 안정을 더 위협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전격 개입으로 걸프 지역의 안보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단거리 미사일 사정권 안에 완전히 놓여 있으며 미군 주요 기지가 위치한 곳이다. 이란이 미국의 공습에 반발해 보복할 경우 UAE·사우디·카타르·오만을 비롯해 이라크·요르단 내 미군 기지들을 타깃이 될 수 있다. 특히 미 해군 5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바레인은 이란과 외교 관계가 없어, 잠재적 공격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선이 넓어질수록,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걸프 국가들의 경제에는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들 국가의 돈줄인 원유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되면 원유 수출도 막히게 되기 때문이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하산 알 하산 중동정책 수석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금까지 전쟁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직접적인 적대 행위로 억제되어 왔지만,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은 걸프 국가, 특히 대규모 미군 시설이 있는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를 갈등에 끌어들일 위험이 있는 중요한 문턱"
하버드 대학교 벨퍼 과학 및 국제 관계 센터의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우리는 이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한 모멘텀을 구축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제 일곱 번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것은 걸프 국가들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라고 했다.
영국·프랑스·독일 정상도 공동 성명을 통해 이란이 추가적으로 지역 불안을 조장하는 행위를 삼가고, 이란은 핵무기를 결코 보유해서는 안 되며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UN 사무총장 구테흐스는 "이 공습은 심각한 위협"이라며 즉각적 휴전과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고 중국 역시 "즉각적인 휴전과 적대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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