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규모 추경·소비쿠폰 발행
정책 실효성·재정 건전성 우려
경제 연구기관 '재정 함정' 경고
새 정부는 전 국민 대상 소비쿠폰 10조원 배포 등 총 20조2천억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추진하는 추가경정 예산안을 발표했다.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자영업을 비롯한 민생의 어려운 소리를 귀가 닳도록 듣고 대책을 약속했던 만큼 새 정부가 무언가 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가계최종소비지출(실질)의 지난 4분기 평균 전기대비 증가율은 0.15%로, 이것은 가계최종소비지출이 사실상 거의 멈추어 있는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특히 국민의 4분의 1이 생계를 의지하고 있는 자영업의 경우, 음식점 포함 소매판매액지수는 4월 현재 5년 전 2019년 4월 수준도 회복하지 못하는 심각한 침체를 보이는 한편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수는 5년 전 대비 약 30% 가까이 증가함으로써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정책의 적합성 측면에서는 다음 사항들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첫째는 효과 문제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올해 GDP 성장률이 0.1% 포인트 상승하는 효과를 예상하며, 특히 국민 1인당 15만원에서 50만원의 소비쿠폰 배포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세 차례에 걸쳐 실시된 일본의 지역화폐 사례는 경기부양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기대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가 배포하는 소비쿠폰은 저소득층일수록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게 작용함으로써 사실상 소비증대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세수 부족으로 인해 추경의 재원으로 추가로 국채 발생을 통해 19조8천억원을 조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은 정부 지출의 수혜자와 부담자를 세대별로 분리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셋째, 세계 경제 여건의 악화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의 역할에 대한 정치적 요구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국회 예산정책처는 작년 국회를 통과한 법안 253건으로 인해 향후 5년간 세수는 24조원 감소하고 재정지출은 29조원 확대함으로써 발생하는 재정소요액 53조원에 대한 재정 확보 방안이 없다는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중기재정 전망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 임기 기간인 2025년에서 2029년간 관리재정수지는 442조원 적자, 국가채무는 496조원 증가하며, 국가채무의 대 GDP 비율은 7.7%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최근 경제연구기관들이 출범하는 새 정부의 비전에 호응하기보다는 한국 경제의 깊은 신음을 쏟아 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성장률 하락 문제에 대한 여러 편의 연구 보고서를 통해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달 '잠재성장률 전망' 보고서에서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정부 재정건전성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반복적인 경기부양으로 재정적자 기조가 만성화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지적했다.
한 마디로 연구기관들은 새 정부가 성장률 제고에 급급하여 추경을 상습화하고 만성적으로 재정적자 누적을 가속하는 이른바 '재정 함정'에 빠질 위험을 우려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장기 저성장과 침체의 수렁에 빠지는 장기 비극이 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는 재정의 단기 신축적 운영과 장기적 재정 건전성 확보 간의 균형을 확보하는 데 유의해야 할 것이며, 특히 재정지출로 성장률을 높이려는 유혹을 경계해야 마땅하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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