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낙제점'…저성장·고물가 함정 빠진 '복합 위기 상황'
잠재성장률, 10년 후 0%대 추락…신산업 혁신 없인 "5년 안에 온다"
현 위기 핵심 원인 '리더십 부재'…구조적 문제, 서로 강화하며 고착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2025년 6월 현재, 한국 경제가 10점 만점에 3.2점밖에 못 줄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전문가 평가가 나왔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이 새 정부의 목표인 3%는커녕, 10년 안에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현저히 떨어진 상황에서, 산업계 전반의 혁신 시도가 눈에 띄지 않는 현재 상태가 이대로 이어지면 0%대 추락 시기는 더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현재 수준을 넘어서는 새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재정 처방뿐 아니라 기초체력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 전환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다.
韓 경제 '낙제점'…저성장·고물가 함정 빠진 '복합 위기 상황'
24일 아시아경제가 산업 및 경제 연구기관·학계 등 각 분야 전문가 12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만장일치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위기"라고 답했다. 이들이 본 한국 경제의 '현재 스코어'는 10점 만점에 평균 3.2점에 불과했다. 일시적인 쇼크가 아닌 구조적 성장 둔화에 진입한 상황에서 회복 동력마저 미약하다는 게 낙제점을 받은 이유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 경제가 미국의 관세전쟁 등 무역 파고로 수출 부진이 예고된 데다 가계부채 등에 따른 내수 침체 우려도 커진 상황에서, 중장기적 성장 잠재력까지 지속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복합 위기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위기의 정도로만 본다면 그 심각성은 10점 만점에 10점으로 전례 없는 수준이란 평가도 나왔다. 김경진 세계경제연구원 부원장은 "비상계엄 이후 정치 불안이 길어지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이 약화했다"며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의 차기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서 '반도체 한국'이라는 강점이 줄고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경쟁력은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 역시 "대외 환경과 국내 상황이 동시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짚으면서 "저출산·고령 사회에 대한 대비와 혁신을 위한 노력이 미흡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다는 점이 핵심적인 문제"라고 했다.
잠재성장률, 10년 후 0%대 추락…신산업 혁신 없인 "5년 안에 온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8.3%)은 한국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이 10년 후 0%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의 생산성 증가율 정체와 인구 고령화 추세가 드라마틱하게 반전되길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박양수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원장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으로 노동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하면서 잠재성장률 0%대 하락이 나타날 것"이라며 "기술혁신과 시장 선점을 통한 생산성 향상 노력이 없으면 0%대 성장 극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초체력 0%대 추락 시점을 5년 후로 보는 전문가도 33.3% 달했다. 이정동 서울대 공과전문대학원 교수는 "산업계 전반에서 기업가적 시도가 없는 상태가 유지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피크 코리아'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 위기 핵심 원인 '리더십 부재'…구조적 문제, 서로 강화하며 고착화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의 원인은 한 가지로 꼽을 수 없게 복합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거시경제적으로는 '부동산 중심 자산 왜곡 및 소비위축'을, 미시경제적으로는 '산업 전환 지연과 미래산업 투자 부족'을 원인으로 들고 싶다"면서도 "두 가지 모두 장기간 지속해서 누적된 요인이지만 이제 더는 해결을 미루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고,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문제점이 더 크게 드러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수도권 집중에 따른 경쟁의 극단화와 세계 최악의 저출산 문제, 인구 고령화 대비 미비,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좀비 플레이어 만연, 신산업 정책 부재 등 구조적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동력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건 이해당사자 간 갈등 조정과 사회적 합의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리더십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정치적 대타협을 끌어낼 수 있는 구심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확대에 따라 결속력이 약화하고 집단 이기주의가 강화한 상황이 문제"라고 짚었다. 김 부원장은 "후진적 정치 및 정당 운영, 이에 따른 국가 정책 부실과 개혁 동력 상실이 주요 기업과 산업의 혁신 부족,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미비, 국립·평생교육의 질 저하와 함께 현 위기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그동안 효율성보다는 가치지향적 접근이 앞선 경우가 많았고 각종 규제나 이해관계자 대립, 나눠먹기식 접근 등에 막혀 과감한 시도가 어려웠다"며 이런 부분들이 제거돼야 한국 경제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가나다 순)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