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를 반체제적 간주…상품 노출은 이례적
소비 계층 겨냥해 소비 촉진 의도로 해석돼
북한 TV가 손전화기(스마트폰) 사용법 안내 프로그램을 방영하며 상업 광고처럼 상품을 노출했다. 이는 광고를 국가가 독점하는 북한에서는 이례적이다.
연합뉴스는 조선중앙TV가 21일 '손전화기 사용에서 알아야 할 점들'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통해 "손전화기는 우리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기호품"이라는 내용을 내보냈다고 22일 보도했다.
방송은 손전화기 사용 시 ▲전자파 노출 최소화 ▲눈의 피로를 줄이는 화면 밝기 조절 ▲배터리 충전 시 유의사항 등의 정보성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스마트폰 외형을 확대 촬영한 장면이 자주 등장해 일부에서는 상업 광고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난 18일에도 동일한 방송이 반복됐으며, 당시에는 '충전은 80%까지만'이라는 안내와 함께 제품 외관을 상세하게 비추는 장면이 포함됐다. 방송에서 강조된 제품은 '마두산' 브랜드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전면 듀얼 카메라와 후면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한 모습이 확인됐다. 다른 모델은 후면 쿼드 카메라가 탑재됐다.
미국 싱크탱크 크림슨센터의 연구원 마틴 윌리엄스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내 휴대전화 가입자는 650만~700만명에 달하며 스마트폰 종류는 최근 2년 동안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약 10곳에 이르는 업체가 스마트폰과 피처폰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중국 OEM 제품에 북한 업체의 브랜드를 붙여 유통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광고를 국가가 독점하는 북한에서 TV를 통해 특정 브랜드 스마트폰 외관을 집중적으로 노출하는 것은 드문 사례다. 중앙TV는 음식, 음료, 음식점 등 상업광고를 간헐적으로 송출해온 바 있으나, 광고를 '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요소'로 간주해 평시에는 자주 내보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이번과 같은 스마트폰 브랜드 소개는 당국이 의도적으로 홍보를 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내부 구매력이 있는 소비 계층을 겨냥해 해당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북한산 스마트폰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다. BBC 등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스마트폰 기기에는 'South Korea'를 '꼭두각시 국가(puppet state)'로 자동 수정하거나 5분마다 스크린샷을 촬영해 숨은 폴더에 저장하는 등의 사용자 감시 기능이 내장돼 있다.
따라서 당국이 스마트폰을 국가 선전기구 및 감시 수단으로 활용하는 복합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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