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조건 미분양 매입 12년 만에 부활
"과거에도 효과 있었다"…업계 환영
리츠업계 "추경에 리츠 예산 처음" 반색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매입에 나서겠다고 하자, 건설업계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라며 반겼다. 자금 경색으로 휘청이는 중소 건설사들이 긴급 유동성 공급으로 숨통을 틔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지방 주택 시장의 경기 한파를 녹이려면 "근본적으로 수요를 끌어낼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22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한국주택협회·한국부동산개발협회·한국리츠협회 등 국토부 산하 단체는 최근 일제히 논평을 내고 "자금난에 빠진 업계에 단비 같은 조치"라며 추경 대책을 환영했다.
국토부는 지난 19일 추경을 통해 국비 8000억원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자금경색 해소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간 자금과 정책금융을 유도해 총 5조4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국토부는 브릿지론, 본 PF, 미분양 아파트 대응 등 사업 단계별로 각각 대책을 내놨다. 토지 매입 단계에는 'PF 선진화 마중물 개발 앵커리츠'를, 본 PF 단계에는 중소 건설사 대상 특별보증을 신설하고, 미분양 문제에 대해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의 반값에 3년간 준공 전 지방 미분양 1만가구를 환매조건부로 매입하기로 했다.
환매·리츠 '조건부 지원'…정부 대책에 업계 긍정 반응
이무송 대한건설협회 신사업실 실장은 "준공 전 미분양 환매조건부 매입 정책은 건설사들이 연명하고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지원책"이라고 평가했다. 이 실장은 "미분양은 분양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건설사가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자체 조달해야 하는 업계 최대 부담"이라며 "이번 대책은 그 부담을 일시적으로라도 덜어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비를 임시로 투입하되 환매를 통해 회수까지 이뤄지기에 공공 역할에서도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종언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관리본부 부장도 현재 건설업계가 겪는 유동성 위기를 언급하며 "미분양 매입 정책이 가장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했다. 그는 "과거 2008~2013년에도 시행됐던 미분양 환매조건부 매입은 유동성 위기를 겪던 회사들이 자금을 확보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데 효과적이었다"며 "대부분 건설사가 환매를 통해 다시 주택을 찾아갔고 HUG에 넘어간 물량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했다.
리츠 업계는 이번 추경안에 리츠 예산이 포함된 것을 두고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반색했다. 조준현 한국리츠협회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리츠 분야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건 전례가 없다"며 "통상 추경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중심이었지 리츠를 통한 지원은 없었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PF 선진화 마중물 개발 앵커리츠'에 관해 "정부 자금을 마중물로 삼아 민간 자금을 함께 끌어들이는 일종의 매칭펀드 방식"이라며 "이를 통해 투자를 촉진하고 결과적으로 건설경기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MF때보다 어렵다…거래 살아나야 진짜 회복"
업계는 정부가 현장 위기를 인식하고 대책을 내놨다는 데 의미를 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비가 한 방울도 오지 않는 가뭄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이번 대책이 분양시장 거래를 유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지원 요건과 세부 구조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실효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김 부장은 "'PF 선진화 마중물 개발 앵커리츠'의 경우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정책은 아니므로 실질 지원이 얼마나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건설 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측면에서 "유동성만 확보돼도 숨은 쉴 수 있지만 회생엔 다주택자 규제 완화 같은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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