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재산' 텔레그램 CEO "정자기증 자녀에게도 똑같이 상속"

혼인 통한 자녀 6명·정자기증 자녀 100명
"자녀들 사이에 어떠한 차별도 없다"

파벨 두로프(40)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170억 달러(약 23조원)에 이르는 재산을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자녀에게도 동등하게 상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로프는 혼인으로 태어난 6명의 자녀와 함께 정자 기증을 통해 생긴 100명의 자녀가 있다.

두로프는 19일(현지시간) 공개된 프랑스 주간지 르푸앙과 인터뷰에서 재산을 모든 자녀에게 동등하게 분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세 명의 여성과 결혼해 6명의 자녀를 두었으나, 전 세계 12개국에서 정자 기증자로 활동해 약 100명의 자녀를 추가로 얻었다.

파벨 두로프(40)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 두로프 인스타그램

두로프는 "나는 내 자녀들 사이에 어떤 차별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자연적으로 태어난 자녀들과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자녀들은 모두 내 자녀이며, 모두 동일한 권리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상속 가능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30년 뒤인 2055년 6월19일 이후, 각 자녀가 만 30세가 된 때부터라는 제한을 뒀다.

두로프는 "나는 그들이 평범한 사람처럼 살기를 원한다. 독립적으로 성장해서 자기 삶을 일구길 바란다"며 "은행 계좌에 의존하는 존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태생이면서 프랑스 시민권자인 두로프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정권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내가 러시아 고위 관료를 만난 건 2013년 단 한 번뿐"이라며 "나는 10년 이상 모스크바에 발을 디디지 않았다"고 했다. 두로프는 2021년 '프랑스에 특별히 기여한 외국인을 위한 특별 절차'로 프랑스 시민권을 얻은 뒤 프랑스 파리와 두바이를 오가며 거주해 왔다. 그는 2013년 자신의 형 니콜라이와 함께 텔레그램을 설립했다.

두로프는 지난해 8월24일 프랑스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에서 현지 수사 당국에 체포됐다. 그는 텔레그램 내 아동 음란물 유포·마약 밀매·조직적 사기 및 자금 세탁 등을 방치해 사실상 공모하고 수사 당국의 정보 제공 요구에 불응한 혐의 등으로 예비 기소됐다. 이후 그는 보석금 500만유로(약 74억원)를 내고 석방됐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