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현 SAMG엔터 글로벌 사업 총괄 콘진원 강연
세계에서 돈을 많이 버는 캐릭터는 크게 일곱 가지다. 포켓몬과 헬로키티, 곰돌이 푸, 미키마우스, 스타워즈, 호빵맨, 디즈니 프린세스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중에게 처음 알려진 만화,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보다 머천다이징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다. 포켓몬은 게임 매출의 3.5배, 스타워즈는 박스오피스 매출의 4배 이상이다. 반복적인 노출로 팬덤이 형성·확대돼 다양한 제품을 판촉하고 판매를 증대한다.
이 캐릭터들의 평균 나이는 쉰다섯 살이다. 국내 캐릭터들은 이보다 많이 어리다. 이야기나 영상 밖에서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데 애를 먹는다. 하지만 오래된 캐릭터들에게 없는 장점이 있다. 암묵적인 규칙, 공식, 전통 등에서 자유롭다. 별다른 부담 없이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그렇게 결실을 본 대표적인 기업이 SAMG엔터테인먼트다. 여느 미국·일본 기업과 다르게 애니메이션 제작으로 성장 동력을 구축하는 동시에 머천다이징 사업을 추진한다. 배정현 SAMG엔터 글로벌 사업 총괄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9일 서울 CKL 스테이지에서 진행한 '2025 콘텐츠 산업 포럼'에 연사로 참여해 "'머천다이징도 콘텐츠'라는 생각으로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머천다이징도 콘텐츠"… 기획단계부터 준비하니 매출 ↑
그는 "애니메이션으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머천다이징을 계획하던 구조에서 과감하게 탈피했다.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머천다이징을 염두에 둔다"면서 "완구 팀장이 영상을 만들기 전에 스크립트를 읽고 제품 개발 차원에서 의견을 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기획 개발 원칙을 적용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기까지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며 "'미니 특공대'는 5년에서 4개월, '캐치! 티니핑'은 2년에서 4개월로 각각 줄었다"고 밝혔다.
수요층 확대를 고려한 지적재산(IP) 확장도 매출 급증에 한몫했다. 국내 키즈 시장은 미국이나 일본보다 협소하다. 유아와 아동 인구도 적지만 애니메이션을 아이들만을 위한 콘텐츠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SAMG엔터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족을 타깃으로 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을 만들었다.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지난해 8월 개봉해 극장에서 관객 124만130명(매출 111억3209만원)을 동원했다.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가족으로 타깃 확대"… IP 확장도 매출 급증 한몫
배 총괄은 "트릴로지(3부작 시리즈)로 계획해 앞으로 두 편을 더 제작할 계획"이라며 "같은 목표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뮤지컬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른도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품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영화, 게임, 만화 등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산업에 새로운 밸류체인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