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명 중 8명 실형…법원, 엄벌 기조
단순 상해 혐의도 징역 10개월 선고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한 폭동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1심 판단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금까지 1심 선고가 끝난 피고인 대부분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직접 서부지법에 침입한 이들에게는 예외 없이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의 행동을 '법치'에 대한 도전으로 보아 엄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부지법 폭동에 연관돼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은 모두 97명이다. 23일까지 이 중 11명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뤄졌고, 8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의 형량은 징역 10개월(2명), 징역 1년(3명), 징역 1년 6개월(1명), 징역 2년 6개월(1명), 징역 3년 6개월(1명) 등이었다. 대부분 초범이었지만, 대법원 양형기준 내에서 무거운 처벌이 내려진 셈이다.
가장 무거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20대 청년은 이른바 '녹색점퍼남'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에게는 양형기준 상한선에 근접하는 형이 선고됐다. 녹색점퍼남은 서부지법 폭동 당시 법원 내부로 진입해 당직실 창문을 깨뜨리고 출입 장치를 부쉈으며 경찰에게 소화기를 분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라 산정된 징역 2년 7개월의 양형기준에서 일부 가중 요소를 반영해 형량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가지 범죄를 동시에 저지른 경우 가장 무거운 형량 범위 상한선을 바탕으로 다른 범죄의 형량 일부가 추가된다. 3개 이상의 범죄는 가장 무거운 범죄 형량 범위 상한에 두번째로 무거운 범죄 형량 범위 상한의 2분의 1 등을 더해 형량 범위를 정하도록 돼 있다.
녹샘점퍼남의 경우 특수공용물건손상죄에 해당하는 형량 1년 6개월에다 특수공무집행방해 1년 6개월의 2분의 1인 8개월 등을 합산하고 그에 따른 양형 참작요소 등을 더해 가중 처벌된 것으로 보인다.
가방으로 기자의 머리를 내리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혀 상해 혐의로 기소된 60대 노인도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범죄 유형,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에 따르면 상해죄에 대한 형량은 징역 4개월~1년 6개월이다. 단순 상해로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 선고가 나오는 경우는 드문 만큼 법원이 서부지법 폭동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대부분의 선고에서 "피고인이 다중의 위력 등으로 법원을 물리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지적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발부 등 법원의 결정이 자신의 견해와 다르다는 이유로 불법적으로 법원을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서부지법에 직접적으로 침입하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원 정문 앞에서 집회 해산을 요구하던 경찰관을 머리로 들이받은 사람, 기자를 발로 차고 카메라를 잡아당긴 30대 청년 모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 정문 쪽에서 경찰의 정강이를 발로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가담자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폭동 가담자 11명에 대한 선고에서 대다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만큼 남은 86명에게도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은 오는 24일과 25일에도 법원에 침입했던 이들에 대한 선고를 한다. 법원은 범행을 인정한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은 속도를 내고 있고, 부인하는 이들의 재판에선 형을 가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부 피고인의 경우 재판 초기엔 혐의를 인정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번복하는 경우도 일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방어권을 보장받지만 그 권리를 남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방어권 남용인지 판단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상해죄만 적용되는 사람도 실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미뤄 법원이 이번 서부지법 폭동 사건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개인별로 탄원서를 내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더라도 무거운 형량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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