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직장이 있는 A씨는 혀를 내둘렀다. 경기도 용인의 B골프장에서 꽈배기 하나의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전반 라운드를 마치고 그늘집에 들러 간식을 사려다, 1개에 4000원이라는 꽈배기 가격표를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A씨는 "골프장 식음료가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너무하다"며 "이 골프장엔 다시 안 올 것 같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국내 골프장은 2020년부터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다. 비교적 안전한 실외 스포츠로 주목받으며 골린이(골프+어린이)를 포함한 입문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패션 감각이 뛰어난 젊은 세대도 골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골프장들은 이 기회를 틈타 이용료를 대폭 인상했다. 수도권의 경우 부킹 자체가 어려울 만큼 호황을 누렸다.
회원제와 대중형 골프장의 그린피 차이는 한때 줄어들었다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 2020년 5월 기준 주중 4만7600원, 주말 4만4000원이었던 차액은 2022년 5월에는 각각 3만5800원, 3만1700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대중형 골프장의 인상률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5년 5월 현재 주중 4만8300원, 주말 4만3200원으로 다시 격차가 벌어졌다. 대중형 골프장의 잦은 인상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그린피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이자 이를 따라 회원제 골프장도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그린피 인상은 골프장 수급과 경영 실적에 직결된다. 코로나 이전에는 회원제 골프장이 먼저 가격을 인상하면 대중형이 뒤따랐지만 코로나 이후에는 대중형이 선제적으로 인상하고 회원제가 뒤를 잇는 양상이 됐다.

식음료와 캐디피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월 '골프장 갑질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서 "2023년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이 60%를 넘는 곳도 많고, 탕수육 하나에 14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는 신라호텔 탕수육 가격 9만원보다 비싸다"며 과도한 가격 책정을 비판했다. 캐디피도 기존 8만~10만원에서 최근에는 12만~17만원까지 올라 주말 골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내 골프장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전반적인 이용료 인하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골프장 매출 순증가액은 약 2조4863억원에 달했다. 약 578만명의 골퍼가 1인당 43만원씩 더 지출한 셈이다. 이용료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아진다면, 해외 골프 수요가 국내로 돌아오며 국내 골프 산업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