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월 이내 단기 효과 집중 예상
코로나 때보다 내수 진작 효과 높을 수도
골목상권 '핀셋 지원'·업종별 쏠림 현상 우려
이재명 정부의 경기부양책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각계에서는 지원책의 효과를 두고 상반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부양 효과를 넘어, 소상공인 및 영세사업자에까지 그 효과가 충분히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면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데 대체로 공감한다. 다만 소상공인 및 영세사업장에 돌아가는 효과는 제한적이거나 '업종별 쏠림현상'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일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전날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된 전 국민 소비쿠폰 지급안과 관련, 전문가들은 1개월 이내 내수 진작 효과가 집중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당시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1차 긴급재난지원금 대부분이 1개월 이내 소진됐던 흐름과 유사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한국재정정보원(FIS)이 발간한 코로나19 소득지원 보고서 및 가계동향 조사, 카드 매출 분석 자료 등에 따르면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는 지급 직후인 5월 급증하다 7월 들어 소진된 것으로 나타난다.
다만 발생 효과가 얼마나 규모 있게, 중·장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1차 재난지원금이 '전 국민 보편지급' 방식으로 이뤄졌던 것과 달리,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차상위계층·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을 더 지원하는 '보편+선별 혼합 방식'으로 이뤄져 세부적인 지급 방식과 규모에선 차이가 있어서다. 방역으로 인해 소비 형태가 자유롭지 않았던 코로나19 때와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영향을 미쳤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1차 긴급재난지원금 당시, 총 투입 예산 대비 30%가 실제 소비로 이어졌으며 분기 민간소비 진작률이 1.5% 정도로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큰 틀에서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이번에는 차등 지급 방식으로 한계소비성향(소득이 증가할 때 저축되지 않고 소비로 이어지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에게 더 지원되는 만큼 기대되는 민간 소비 진작률은 당시보다 더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엔 방역으로 외식, 여행, 미용 등 대면 서비스업의 매출 회복 효과가 제한적이었고, 소비 형태도 경직된 부분이 있었다"며 "지금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추가 여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전반적인 내수 진작 효과를 넘어, 소상공인 및 영세사업자에 대한 '핀셋 지원'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원금의 '사용처'와 '지급 방식'을 어떻게 제한하고 설계하는지에 따라 실효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구체적인 지급 시기와 사용처, 지급 방법 등을 향후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의 논의를 거쳐 확정할 방침이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코로나 당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이 사용처에서 제외됐지만, 동네 마트가 포함되면서 일부 중대형급 동네 마트로 소비가 쏠려 아주 영세한 사업장과 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에선 기대보다 매출이 증대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며 "규모별·업종별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정부가 사용처와 지급 방식 등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취약계층 살리기보다 전반적인 경기부양책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며 "구조적으로 특정 영세 소상공인을 집중적으로 부양하기엔 어려운 정책"이라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용처를 일부 영세 사업장으로 좁게 제한하면 골목상권에 돌아가는 혜택을 극대화시킬 순 있겠으나, 반면 많은 소비자가 기간 내에 지급액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함께 나타날 것"이라며 "이런 딜레마를 정부가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는 세부적인 사용처와 지급 방식을 디자인하는 방향에 달렸다"고 했다.
확장 재정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와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선 대체로 과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올해 확정된 1·2차 추경안은 30조5000억원 규모로 이중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13조2000억원이 배정됐다.
정 경제전망실장은 "재정건전성은 중장기적인 부분으로, 국가 재정을 한번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한순간에 악화하는 게 아니며 현재는 내수가 워낙 활력을 잃은 탓에 이를 보강하는 수준에서 돈이 풀리는 정도라, 재정 건전성 압박이나 지급 이후 물가 상승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국채를 대량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면 시장금리를 끌어올려 가계 부담을 늘릴 수 있다"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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