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작가, 광산구 초청 '광산아카데미' 특강
“정원의 본질은 아름다움보다 사유에 있다”
“한국 정원은 세계 정원사의 대안적 서사”
"제가 서 있던 그 순간, 등 뒤에 보이지 않는 태극기가 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섰다는 자각이 생겼죠."
세계 3대 원예 박람회인 영국 첼시 플라워 쇼에서 금메달과 최고상(회장상)을 동시에 받은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가 19일 오후 광주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산 아카데미' 강연 무대에 섰다. '아름다운 숲, 한국의 정원'을 주제로 열린 이 날 특강은 정원 예술의 사회적 책임과 한국 식물의 철학적 가치, 그리고 황 작가의 작업 세계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19일 광주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산아카데미’ 강연에서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작가가 자신의 작업 세계와 한국 정원의 철학을 설명하고 있다. 김완중 기자
황 작가는 "정원은 자연의 순환을 드러내는 공간이며, 식물은 원시로 되돌아가려는 본성을 지닌 존재다"라며 "DMZ 철책선 안의 원시림은 인간이 만들어낸 분단조차 자연은 이미 뛰어넘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작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은 이런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으로, 첼시 플라워 쇼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황 작가는 2011년 '해우소-마음을 비우는 곳'으로 아티즌가든 부문 금메달과 최고상을 받았고, 2012년에는 'DMZ 금지된 정원'으로 쇼 가든 부문 금메달과 회장상(전체 최고상)을 받았다. 이후 2012년 일본 가든잉 월드컵 동상, 2013년 대한민국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초청 전시, 2023년 첼시플라워쇼 금메달, 2024년 싱가포르 가든 페스티벌에도 참여했다.

19일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광산아카데미’ 강연에서 황지해 정원 디자이너가 2012년 영국 첼시플라워쇼 수상작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정원’을 소개하고 있다. 황 작가는 이날 “정원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사유하는 예술”이라며 한국 식물과 정서로 이룬 작업 여정을 전했다. 송보현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강연에서 황 작가는 "화장실이라는 일상의 공간이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정원으로 재해석됐고, 금지된 땅이 가장 생태적인 공간으로 바뀌었다"며 "정원의 본질은 아름다움보다 사유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버린 분뇨가 토양을 살찌우고, 식물을 자라게 하며, 다시 인간을 살찌우는 것처럼 순환 앞에서 인간은 겸손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현지에서 겪은 일화도 소개했다. 황 작가는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지만, 영어가 서툴러 도망 다녔다. 그랬더니 '말 없는 동양 작가'라며 언론이 스스로 해석해 보도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한 7살 아이가 '나도 너처럼 가든 디자이너야'라며 '당신의 정원에서 나는 조용해진다'고 말해줬다. 평생 정원 작업을 하며 듣지 못한 말이었다"고 했다.
전남 지리산 자락에서 유년기를 보낸 황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하고 환경미술가로 활동하다 정원 예술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한국의 첫 정원 디자이너는 텃밭을 일구었던 우리 어머니이자, 바람과 햇빛, 새들이었다"며 "하나의 식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죽을 수 있다면, 나는 가장 고상한 사람으로 살다 간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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