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윤학의 엣지워커'
일의 범위·한계 스스로 확장
먼저 인생의 목표 정하고
그에 맞춰 거꾸로 계획 세우기
성실·태도만 지나치게 강조 땐
되레 자리 지키는 무책임 문화 정착
외부활동 독려하자 큰 성과
'조용한 퇴사'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적당히, 받은 만큼만 일하자'는 안일한 태도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요즘, 저자는 "평균적인 생각과 평균적인 노력으로는 오히려 평균 이하의 결과를 얻기 쉽다"고 지적한다.
증권사 말단 사원으로 출발해 국내 최초로 해외 주식 투자 플랫폼을 개발하며 혁신을 주도해온 그는 현재 자산운용사 대표 자리에 올랐다. 그런 그가 강조하는 개념이 바로 '엣지워크'다. 이는 자신이 맡은 일의 범위와 한계를 스스로 확장하는 태도다.
일에 대한 동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루터나 칼뱅으로부터 시작된 거룩한 소명 의식의 발현, 둘째는 지위와 성장, 명예를 쟁취해 성취감을 얻는 것, 셋째는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호구지책(糊口之策)의 수단.
저자에게 있어 일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 새로운 시각을 얻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깊이 있는 기술을 익히는 성장의 장이었다. 그는 말한다. "일은 소명까지는 아니더라도 커리어로서 접근했을 때 얻는 성취감의 가치가 훨씬 큽니다 (...) 회사가 투자한 콘텐츠는 어디에 쌓일까요. 회사 창고에 쌓이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나에게 쌓이지요."
그는 이 경험의 축적을 나무의 나이테에 비유한다. 300년 전 만들어진 스트라디바리우스나 과르네리 바이올린은 이제 다시 만들 수 없는데, 이는 그 시절 가문비나무의 나이테가 오늘날보다 훨씬 촘촘했기 때문이다. 300년 전 소(小)빙하기라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천천히 자란 나무는 더 깊고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처럼 인생에서도 촘촘한 밀도를 갖추려면 역경과 고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다만 역경이 없는 사람은 없기에, 중요한 건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자세라는 것이다.
흔히 꿈을 말할 때는 '부자가 되고 싶다' '대표가 되고 싶다' 등 명사형 표현이 많지만, 저자는 "진짜 꿈은 동사로 표현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막연한 '부자'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부자'가 돼야 하며,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다. "명사적 꿈이 아닌, 자신이 도달하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나 역할을 동사로 설정해야 진짜 목표가 생깁니다. 장 칼뱅이 말한 소명 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해보는 거지요. 그럼 그 꿈은 훨씬 가치 있어질 겁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역산(逆算)'을 제안한다. 먼저 목표를 정한 뒤, 그에 맞춰 거꾸로 계획을 세워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변화가 빠른 시대에 계획의 효용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에 따르면 현대인이 말하는 속도는 1950년대보다 훨씬 빨라졌고, 걸음걸이 역시 20년 전보다 10% 빨라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의 상위 50개 주제의 전환주기는 2013년 17.5시간에서 2016년 11.9시간으로 줄었다. 다만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목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출발부터 다르다"고 강조한다.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목표물에 미사일을 쏠 때, 출발할 때 발생한 미세한 각도 차이는 목표물에 도착할 무렵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들지요. 목표를 단지 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산해서 실행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인생의 목표를 달성하게 돼 있습니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 중 어느 쪽이 먼저인가에 대해서도 그는 명확한 견해를 갖고 있다. "여러 개의 스페셜티를 쌓아야 진짜 제너럴리스트가 됩니다."
저자는 애널리스트, 신사업/금융상품, 재무전략/은퇴준비라는 세 가지 전문 영역을 거쳐 종합적인 역량을 갖추게 됐다. 이런 과정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회사는 식구일 수는 있지만, 가족은 아닙니다. 가족은 비선택적이고 영속적이지만, 식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관계죠. 회사는 직원의 잘못을 가족처럼 무한히 감싸주지 않습니다."
저자의 인사 평가 기준은 성과(6), 태도(3), 성실(1)로 구성돼 있다. 성실성과 태도가 지나치게 강조되면 오히려 자리만 지키는 무책임한 문화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는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내보냈다. "고객은 밖에 있습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돈도 밖에 있지요."
장외거래가 끝난 오후 4시 이후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을 현장 퇴근시키고 외부 활동을 독려했다. 일부 임원들은 근태 관리에 대한 우려를 표했지만, 그는 "우리 목적은 성과를 내는 것이지 근태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외부 네트워크가 늘고, 오프라인 정보까지 더해지면서 회의 시간에 더 좋은 정보가 오갔고, 수탁액은 3조원에서 4조원으로 1조원 증가했다.
이 책에는 자기계발서를 자주 접한 독자라면 익숙할 수 있는 내용도 많지만 저자의 실전 경험과 철학이 뒷받침돼 있어 그 울림이 가볍지 않다. 성공은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당연한 것을 얼마나 치열하게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전달한다.
이윤학의 엣지 워커 | 이윤학 지음 | 김영사 | 284쪽 | 1만88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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