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최대 도시 다르에스살람의 어느 초등학교. 한국 민간 단체와 방송팀이 이곳에 우물을 설치하자 아이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맘 놓고 마실 물이 생겼다는 기쁨도 잠시, 한 아이가 방송팀에 물었다. "이 우물은 오래갈까요? 예전에도 마을에 우물이 있었는데 금방 말라버렸어요." 30년 넘게 다큐멘터리 PD로 일해온 저자는 그 순간 아이들의 환호 이면에 도사린 불안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현상을 맥락 이해 없이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이 때로는 타인의 절망을 선정적으로 소비하는 '빈곤 포르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후 저자는 "현장의 고통을 정직하게 보여주되, 인간의 존엄과 희망을 함께 담아낸다"는 신념을 갖고 45개국을 누비며 현상과 맥락을 고루 기록했다. 이 책은 그런 '기억'의 기록이다. 또한, 세계 각지의 예술을 만과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재미다.
당신에게 말을 거는 책 | 정석영 지음 | 다할미디어 | 400쪽 | 2만5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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