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이 리 메릴랜드대 석좌교수 인터뷰
"제조업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 재편 위한 열쇠"
"데이터 파운드리·실습 교육 인프라 절실"
"라이트 아웃 팩토리(무인·자동화 공장)는 걱정 없는 공장(worry-free factory)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예측을 통해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제이 리 미국 메릴랜드대 기계공학과의 클라크 석좌교수 겸 산업 AI 센터장은 18일(현지시간)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일(work), 낭비(waste), 걱정(worry)을 줄이는 '3W 혁신'이 자율제조의 본질"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폭스콘 부회장 출신으로 산업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 교수는 "예측 유지보수는 자율제조의 핵심 영역 중 하나"라며 "설비 고장을 사전에 감지해 가동 중단과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와 인간은 경쟁이 아닌 협업 파트너가 돼야 한다"며 "자율제조는 제조업을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한국의 자율제조 전환과 관련해 "사용자 친화적인 AI 기술을 산업 전반에 확산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실무형 산업 AI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현장 기반의 데이터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리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 세계적으로 AI 자율제조가 확산하고 있는데 이 같은 흐름에 대한 평가는.
▲'라이트 아웃 팩토리'는 걱정 없는 공장을 의미한다. 핵심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 대응하는 예측 기술이다. 제조 기계·공정·시스템 전반에 걸쳐 사전 감지가 가능해야 한다. 이는 스마트 제조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AI 기반의 3차원(3D) 프린팅이든, 무인 공장이든 결국 AI를 활용해 일(work), 낭비(waste), 걱정(worry)을 줄이는 '3W' 혁신을 이루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제조업 자체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흐름이다. 인간의 개입 없이 24시간 공장 가동이 가능하고, 인건비와 오류율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AI와 로봇 기술은 이런 발전의 핵심으로 생산 일정 최적화, 정밀도 향상, 일관된 품질을 보장한다.
-산업 AI가 제조 현장에서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는.
▲예측 유지보수가 대표적이다. 장비 고장이 발생하기 전 AI가 미리 징후를 파악해 조치하면, 가동 중단 시간을 최소화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한다. 2006년 켄터키주 조지타운에 있는 도요타 공장에서 예측 유지보수에 AI를 적용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당시 압축 공기 시스템은 연평균 1회 이상 고장을 일으켰는데, 해당 프로젝트 이후 그 시스템에서는 단 한 건의 예기치 않은 가동 중단도 발생하지 않았다.
-생산성 향상 외에 AI 자율제조 시스템이 가져오는 추가적인 이점과 기업들이 직면한 주요 과제는.
▲AI 자율제조의 핵심 가치는 제조업을 첨단 기술 기반의 고임금 직군으로 바꾸는 데 있다. 이는 더 많은 인재가 제조업으로 유입되는 선순환을 만들어준다. 장벽도 존재한다. 변화에 대한 저항과 초기 투자 비용이 높고, 기계의 자율학습을 위해선 대규모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처리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
-실제 생산 환경에서 기계가 자율적으로 학습하려면 어떤 데이터 인프라와 플랫폼 전략이 필요한가.
▲네 가지 기술이 핵심이다. 데이터 검색·사용·분석·재사용 및 관리 능력, 다양한 AI 알고리즘 및 도구를 활용한 상태 모니터링·진단·예측 능력, 생산 일정 및 공정 최적화를 관리하는 능력, AI를 에지와 클라우드에서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역량이다.
-향후 5~10년간 자율제조는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자율제조는 앞으로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혁신의 측면에서 제조업의 근간을 재편하게 될 것이다.
-자율제조 시스템이 보편화되면 인력과 공장의 역할에 변화가 예상된다. 미래 공장에서 인간 근로자와 AI의 관계는 어떻게 재정립돼야 할까.
▲앞으로 인간 근로자와 AI는 경쟁이 아닌 협업의 관계로 발전할 것이다. AI는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맡고, 인간은 전략적 의사결정과 창의적 문제 해결, 감독에 집중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도메인 지식과 AI를 통합한 '대규모 산업 지식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이는 복잡한 현장 문제에 지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한국의 자율제조 전환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 어떤 전략과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가.
▲한국은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와 같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관련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앞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산업별로 사용자 친화적인 AI 기술을 개발해 현장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 중소기업을 위한 산업 AI 인력 양성과 실제 데이터 기반 실무 훈련 시스템을 구축해 기술 격차를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메릴랜드대는 실제 공장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 AI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데이터 파운드리 구축과 실습 중심의 교육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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