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교 60년, 미래 협력 파트너로
마에가와 나오유키 제트로 서울소장
무역 불확실성 속 떠오른 '한일 협력'
반도체·제약 등 협력 가능성 높아
바이오·헬스분야 상호보완 효과 기대
"지난해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의 80.4%가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바이오헬스, 에너지, 탈탄소, DX(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수요가 높다고 생각한다."
마에가와 나오유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제트로) 서울소장은 2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교류가 단순한 거래를 넘어 구조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2022년 8월 한국에 부임해 양국 산업계와 긴밀히 접촉해 왔다.
이처럼 한국의 대기업 파트너에 부품,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한국 기업과의 교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협력의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그는 양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역할이 정해져 있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바이오·헬스 분야를 들었다. 그는 "일본의 기초과학 연구개발(R&D) 능력과 제약 기술, 한국의 생산역량과 임상실험 환경 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어느 정도 역할 분담이 정해져 있는 듯하다"며 한일 간 산업별 강점이 뚜렷하다는 점을 짚었다.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일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산업계의 요구에 대해 마에가와 소장은 "동의한다"며 "과거에도 한일 기업 간 협력은 중요했지만 최근 들어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한일 협력 강화가 새로운 현실적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한일기본조약 체결 이후 60년간 양국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이어왔다. 한국은 1980년대 산업 발전기를 거치며 일본으로부터 자본재, 설비, 기술을 대거 수입했고 이후 1990년대부터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당시에도 일본의 장비와 소재에 대한 의존은 높았지만 2010년 이후 수출규제 등 갈등을 겪으면서도 상호 의존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해왔다.
제트로는 양국이 현재 반도체, 제약 등 첨단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마에가와 소장은 "반도체의 경우 일본의 소재, 부품, 장비에 대한 한국의 완성품 제조업체의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 암모니아'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유망하게 전망했다. 에너지 산업에 진출한 한일 양국의 상황과 탄소 중립이라는 세계적인 방향성에 걸맞은 분야라는 점에서다. 그는 "수소 암모니아 분야에서 공동의 공급망 구축, 생산, 운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한일 정부 간에도 '한일 수소 협력 대화'를 실시하는 등 기업,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양국 간 경제적,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단계를 밟아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일부 제도적, 규제적 차이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새 정부 출범을 맞아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마에가와 소장은 "2022년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RCEP) 협정의 활용률이 상당히 높다"며 "FTA 역시 상호 이해가 일치하고 상호가 '윈윈'할 수 있는 컨센서스가 이뤄지면 재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다자 프레임 워크에서의 한일 협력도 필요하다"며 "제57회 한일경제인회의 공동성명에서 '한일 경제계에 의한 연계, 협력 실현을 위한 환경 정비의 일환으로 CPTPP에 대한 한국 가입을 위한 활동'을 표명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제트로도 양국 간 협력 필요성에 주목해 2023년부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와 7년 만에 정기협의회를 재가동하기도 했다. 양 기관은 공동으로 한일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3국의 협력 수요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조사에서 두 기관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의 한일 기업 협력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한일이 제3국 시장에 공동 진출한다면 에너지·인프라·플랜트 분야에서는 역할 분담이 정해져 있는 것 같다"며 "일본은 종합상사 등이 강점을 가진 프로젝트 운영을, 한국은 엔지니어링 회사와 건설 회사가 장점을 가진 EPC(설계·조달·건설)를 담당하는 모델"이라고 제안했다.
제트로는 향후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제트로는 지난해 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일에코시스템 교류회'를 추진했다. 마에가와 소장은 "최근 일본 스타트업의 한국 진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며 "양국 간 스타트업에코시스템 규모가 비슷하고, 공통의 사회 과제를 안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문화적으로도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공동펀드 조성, 한일 경제단체 스타트업 이니셔티브 개시, 정부 간 고위급 대화 등 움직임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제트로도 스타트업 지원을 목적으로 한일 지역 간 연계 촉진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에가와 소장은 "긴밀해지고 있는 한일 경제 관계이지만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양국 모두 인구 감소, 저출산, 고령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앞에 서 있다. 이제는 이 공통의 현실을 마주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향해 함께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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