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G7 회의 중 급거 귀국…한미 정상회담 일정 취소
관세 협상 앞두고 초미 관심…대통령실 "미국 측으로부터 양해 구하는 연락 있었다"
대통령실, 신속한 대안 모색 움직임…나토·訪美 등 검토
한일 정상회담은 성사…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첫 대면 만남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격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조기 귀국을 결정하면서 '관세 협상'을 앞둔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외교가 '돌발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6개월 동안 공백이었던 한국의 복귀를 세계에 알리는 수준에서 일정을 마무리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정상외교 이틀 차(17일) 한일 정상회담을 확정, 처음으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대면 대화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G7 정상회의에 초청국 정상 자격으로 참석했다. 대통령 취임 12일 만의 전격적인 외교무대 데뷔였다. 이 대통령은 '계엄 후 국제무대 복귀' '통상외교 시동' '민주주의 복원 국가로서의 위상 회복' 등 세 가지 의제를 걸고 뛰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일정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이었다. 관세 협상,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 등 한미 간 핵심 통상·안보 현안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기치 못한 귀국으로 결국 무산됐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 고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귀국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참석 기간 중 캐나다, 영국, 일본, 유럽연합(EU)과 잇달아 양자회담을 진행했지만 예정했던 한국과 회담에는 나서지 못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미국 측으로부터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 있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귀국으로 정상외교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이 대통령은 첫 고비를 맞았다. 이 대통령은 캐나다로 가는 전용기 내 깜짝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통상 협상에서 중요한 건 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상호 호혜적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실용 외교를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그 실용 외교의 상징적 첫 장면은 뜻하지 않은 국제 분쟁에 의해 지연됐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아쉬움과 신속하게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이 있었다면 실무 협상에 더 큰 동력이 되었겠지만, 아직 협상 자체가 멈춘 것은 아니다"며 "가장 빠른 계기에 회담을 다시 추진하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출국 전 브리핑에서 "G7은 관세 등 외교·경제통상 현안 타개에 동력을 부여할 수 있는 계기"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기대를 걸었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할 경우 그 자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회의에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기회를 놓친다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미국을 방문하는 형태로 첫 대면이 이뤄질 수 있다. 한미 간 최대 통상 현안인 관세 협상 실무 시한은 7월8일까지인 만큼 정상 간 회담이 그 이전에 이뤄질 수 있을지가 협상 구도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장관급 및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라 협상 자체가 지연되는 건 아니지만, 정상회담은 분명 추가적 추동력이 된다"며 재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일정 첫날 G7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집중했다. G7 환영 리셉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고, 이 대통령은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한국은 다시 일어섰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편 G7을 계기로 한 한일 정상회담은 17일 오후(현지시간) 열린다. 이 대통령은 과거사는 과거사대로 원칙적 대응하면서 경제·안보 협력 등엔 실리에 따라 대응한다는 '투 트랙' 대응 방침을 세우고 일관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과거사 같은 미묘한 문제가 있고 현재와 미래를 향해서 협력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면서 "과거사 문제는 잘 관리해나가면서 협력을 증진하는 방향으로의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캘거리(캐나다)=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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