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 33.2%
1월 38.2%보다 5%포인트 ↓
'풀'대출로도 따라잡지 못하는 집값에 매수 포기
서울 성동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현수씨(34)는 최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노리다 내 집 마련을 포기했다. 내년 4월 결혼을 앞두고 있어 같은 구 행당동에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매수하려 했다. 그런데 임장을 다닐 때마다 집값이 뛰더니 최근에는 1억원 넘게 올라 범접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0년 넘게 살아 온 성동구를 떠날 수 없고, 업장과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싶어 돈을 더 모으기로 했다. 그는 "여자친구와 상의해 결혼 후에도 지금 사는 오피스텔에서 더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둘이 돈을 벌어 모으는 것보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세가 더 가팔라 혹시 지금이 가장 싼 시점이었다고 후회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영끌족'으로 분류되는 20·30대 주택 매매 비중이 점차 축소되고 있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오르면서 대출로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아예 매수를 포기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포기에도 집값은 점점 올라가면서 집을 살 가능성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가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은 올해 1월 38.2%에서 점차 떨어져 4월 33.2%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4월 35.4%와 비교해도 2.2%포인트 낮다. 올해 들어 최저치이기도 하다.
1년 전과는 다른 상황이다. 지난해 20·30세대는 서울 아파트를 사들였다. 지난해 1월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매 비중은 34.7%였는데 1년 만에 38%대까지 상승했다.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영끌을 통해 집을 사려는 이들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57조1000억원 증가하며 2023년 45조1000억원 대비 확대됐다.
이들의 바람대로 지난해 집값은 뛰었지만 뛰어도 너무 뛰면서 감당이 버거운 상황이 됐다. 영끌로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매매 비중이 점차 줄게 된 것이다.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을 보면 서울 1~4월 누적 상승률은 1.41%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인데 탄핵과 대선 국면에서 대통령실 이전으로 주목을 받았던 세종 0.87%보다도 높다. 1~5월 누적 변동률은 1.95%까지 올라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인한 20·30세대 매매 비중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아파트 산 중장년층의 비중은 자연스레 늘었다. 특히 40대의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0대 매입 비중은 30.9%에서 33.3%로 2.4%포인트 상승했다. 50대도 16.5%에서 17.2%로 소폭 상승했다. 60대와 70대 이상도 각각 7.6%에서 8.9%로, 4.6%에서 5.4%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 상승기 중장년층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한 20·30세대의 아파트 매매 비중 하락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청년층을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젊은 층일수록 증여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야 하는데 가격대가 높아지면 매수가 점차 어렵게 된다"며 "정부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주거 취약층인 청년을 배려하고 그들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세우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가격 상승기에 매수를 포기하는 20·30세대에 적정 가격대의 주택을 지속 공급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