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제5차 전원회의 개최
업종별 차등 지급 두고 노사 대립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를 두고 노사가 대립각을 세웠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을 헤아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차등이 아닌 '차별' 지급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5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가 처음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근로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최임위를 구성하는 27명이 전원 참석했다.
경영계 "최저임금 감당 못 하는 업종 구분 필요"
경영계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총괄전무는 "그간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업종별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했다"며 "이것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2.5%에 달하고 숙박, 음식업 등 일부 업종에서는 30%를 넘을 정도로 최저임금 현장 수용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올해만큼은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을 감내하기 힘든 일부 업종이라도 구분 적용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1만1500원으로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이) 1만3800원이 된다"며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영세 중소기업의 절박한 경영 현실을 외면한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요구안"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저임금 근로자는 최저임금제로 보호를 받지만 낮은 이윤을 창출해 소득 수준이 낮은 사용자는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미만률을 낮춰 준수율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본부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에 따른 낙인 효과와 차별 및 구인난 우려가 '오해'라는 주장도 했다. 그는 헌법 제11조에 상대적 평등 원칙이 포함돼 있다며 "업종간 현실 여건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게 형식적 평등에 치우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노동계 "차등 아닌 '차별' 지급…지양해야"
노동계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업종별 차별 적용은 저임금 고착화와 낙인찍기,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인력난 가중과 업종·산업별 공동화 및 취업 기피 등으로 대표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최저임금으로 차별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반박했다.
또 "해외 사례에서 논의되는 차등 적용은 특정 산업의 활성화와 보호를 위한 최저임금 상향식 기준 별도 마련이 대다수"라고 짚었다. 이어 "지불 능력 부족, 업종 규모에 따른 법 준수 의식 차이 등 다양한 원인이 혼재한다"며 "차별 적용은 본질적인 문제를 가리고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했다.
류 사무총장은 "사회 갈등만을 부추기는 심의는 최소화하고 내수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민생 회복 활성화에 맞춰 최저임금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생계를 반영하지 못하는 최저임금과 이를 적용받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의 피폐함이 가중되는 연쇄 고리를 올해 끊어야 한다"라고도 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역시 "국제노동기구(ILO)는 '더 높은 지급 능력을 갖춘 업종에서 (최저임금을) 상향 적용하라'고 명시한다"며 "한국은 현재 ILO 의장국"이라고 짚었다. 또 "지역별, 업종별, 세대별로 나눠 차별을 정당화하는 논의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외국인 가사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차등하려던 정책을 철회했다"며 "저렴한 인력을 도입하는 방식이 국가 품격과 지속가능성을 헤친다는 이유"였다고도 했다. 또 "잘못된 정책으로 사회 혼란을 야기한 것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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