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40대 남성에 집유 2년 선고
당뇨병 급성 합병증 환자에게 적절한 처방을 하지 않아 결국 숨지게 한 의사가 1심에서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는 울산지법 형사4단독(임정윤 부장판사)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에게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보도했다.
경남 한 병원의 내과 전문의인 A씨는 2021년 2월 구토와 호흡곤란 증세 등으로 내원한 환자 B씨를 진찰한 뒤 '당뇨병성 케톤산증'(당뇨병의 급성 합병증)으로 진단했다.
당시 B씨의 정맥혈 산도(pH 수치)는 7.14, 혈당 수치는 314㎎/dL이었다. 담당 의사는 이런 경우 환자의 체온, 호흡, 혈압 등 활력 징후를 모니터링하면서 인슐린과 수액을 적절히 투여해야 한다.
A씨는 B씨에게 2시간 20분 동안 탄화수소염을 20앰풀을 투여하도록 처방한 후 전해질 추적 검사를 하지 않았다.
통상 의사는 이런 경우 환자의 체온, 호흡, 혈압 등 활력 징후를 모니터링하면서 인슐린 등을 적절히 투여해야 한다.
특히 pH 수치가 7.0 이상인 환자에겐 일반적으로 탄산수소염 투여가 권고되지 않는다. 예외적으로 투여했다면 저혈당 또는 저칼륨혈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혈당과 전해질을 자주 점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
B씨처럼 중증도 당뇨병성 케톤산증 환자에겐 정맥주사를 통해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권고되지만, A씨는 피하주사 방식으로 인슐린을 투여하도록 지시한 후 퇴근했다.
이후 B씨는 여러차례 인슐린 주사를 맞았음에도 혈당 수치가 계속 상승했으나 A씨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당뇨병성 케톤상증 환자에게는 손실된 체액에 대한 수액 보충이 중요한데 B씨에게는 충분한 양의 수액도 투여되지 않았다. B씨는 구토, 목마름, 메스꺼움 등을 밤새 호소하다가 다음 날 새벽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지 1시간여 만에 결국 사망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B씨가 처음으로 인슐린 처방을 받는 상황을 고려할 때 처방이 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또, 퇴근하면서 간호사들에게 B씨의 활력 징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에 과실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퇴근한 이후라도 환자 상태가 더 나빠지고 있다면 주치의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환자 치료를 위해 여러 조치를 했으나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에서 통상적으로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점,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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