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금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노후소득 증대를 위한 연금자산의 운용 개선'을 주제로 열린 자본시장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주최 정책 심포지엄 주제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먼저 남 연구위원은 "국내 연금자산 운용은 분산된 위험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이 관건"이라며 "이는 외부 전문가에 의한 효율적인 간접투자기구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연금자산 규모는 국민연금 1227조원, 퇴직연금 432조원, 개인연금 370조원 등 2000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남 연구위원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디폴트옵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은 개별 기업이나 가입자가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운용하는 '계약형' 방식이다. '기금형'은 별도의 연금기금(펀드)을 설립하고, 전문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기금이 자산운용사 선정, 수수료 협상, 운용 관리 감독 등을 총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남 연구위원은 "Opt-out 방식의 디폴트옵션제도 재도입과 현행 사전지정운용제도의 개편 필요성이 있다"면서 "사전지정운용제도는 원리금보장상품을 배제하고 위험등급별로 단일 상품만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민간 금융기관의 적극적 참여, 운용성과 중심의 경쟁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로 나선 윤선중 동국대학교 교수 역시 국내외 경제 및 연금환경 변화로 기금운용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기금의 대형화로 인해 자산운용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총액투자 접근법(TPA) 도입은 유연성 확보를 통한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요 연기금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금의 생애주기를 반영한 기준포트폴리오 설정이 중요하다"면서 "해외투자 확대 및 홈 바이어스(Home bias) 해소도 중요한 과제"라고 꼽았다.
주제 발표에 이어 패널 토론에 참석한 박희진 부산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국민연금은 TPA 도입과 대체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나, 기금 규모의 초대형화에 따라 액티브 전략과 패시브 전략 중 어떤 방식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운용 전략의 타당성을 평가하려면 자산군별·전략별 운용비용 공시가 전제돼야 하며, 이는 국제적 수준의 투명성 및 책임성 확보를 위한 기본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퇴직연금은 적립 중심 구조를 넘어서, 지급단계의 운용 설계와 디폴트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진정한 노후소득 보장체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은정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역시 TPA 역할 확대, 홈 바이어스 축소, 대체 자산 비중 확대 등이 바람직하다면서 "국민연금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정책과 운용 부문 분리, 운용본부 독립성 및 CIO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 실장은 축사를 통해 국민연금 및 퇴직연금 운용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된 것에 감사를 표하면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기금운용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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