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간담회
고용부, 비용 문제 두고 본사업 불투명
서울시 "공공 아이돌봄과 연계할 필요"
가사관리사들, 한국 근무 "긍정적 경험"
지난해 9월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외국인 가사관리사 본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돌봄비용을 낮추자'는 도입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본사업 계획이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7일 광진구 인근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간담회'를 열었다.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은 간담회에서 "시범사업을 하면서 가사관리사들도 열심히 하고, 이용가정의 만족도가 높아 성과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데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도입 취지를 봤을 때 돌봄 비용 부담 완화와 관련한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본사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고용노동부가 E-9(고용허가제) 비자로 외국 인력을 도입해 가사관리사로 활동하게 하며 맞벌이 부부 등의 집안일과 돌봄을 돕는 사업이다. 지난해 9월 시작돼 올해 2월 종료 후 본사업 추진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결정되지 않고 시범사업 기간만 1년 늘어났다.
시는 당초 사업을 고안할 때 이용 가정의 돌봄 부담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안을 주장해왔지만, 현재 E-9 비자를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최저임금을 준수해야 한다. 한 담당관은 "E-9 비자를 하려면 최저임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저희가 최대한 노력해도 돌봄 비용 부담 완화라는 당초의 문제 인식을 실현하기 어렵다"며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시에서는 해법으로 정부의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를 접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는 정부가 맞벌이 부부 등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가정에 돌보미를 파견해주는 서비스다. 가구 소득 수준에 따라 비용 등 지원 비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의 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도 함께 지원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며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그런 부분도 논의하며 풀어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들 "업무 만족"
이날 간담회는 최근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등 일각에서 우려가 제기되자 현장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 실장은 "지난 12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과 시의회 토론회와 관련해 직접 가사관리사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자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오늘 참석한 가사관리사들로부터 그동안의 생활을 듣고 개선이 필요하다면 즉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불안한 체류, 배제된 노동권:필리핀 돌봄노동자(caregiver)의 목소리' 토론회가 서울시의회에서 열렸다. 이미애 서울대 아시아이주센터 공동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필리핀 돌봄노동자 21명을 인터뷰한 결과 사실상 가사관리사로 일하게 되는 문제, 저임금, 과도한 업무와 휴식 시간 문제 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4명은 공통적으로 "한국에서 가사관리사로 일하는 경험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메이안 씨는 "대중교통도 잘 돼 있고 숙소도 안전하고 깨끗하다"며 "일하는 가정도 친절하고 저를 존중해준다"고 했다. 안젤리카 씨는 "지난 8월부터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좋지 않았던 경험이 하나도 없었다"며 "2개 가정에서 오전, 오후 각각 근무하는데, 가정마다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 다르지만 그들의 양육방식을 받아들여서 적응하니 아주 편안한 관계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용가정과 가사관리사가 불편한 사항을 서로에게 바로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업체를 통해 전달하는 점도 좋게 평가받았다. 박 걸리 씨는 "업체에서 (우리가) 어떻게 지내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항상 확인한다"며 "불편한 것이 생기면 항상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고 소통도 잘 된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어 소통이 어렵다는 점은 문제로 나타났다. 이들 관리사는 이용가정의 부모 및 아이들과 주로 영어로 소통하지만,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오해가 생긴 경우가 있다고 했다. 박 걸리 씨는 "의사소통에 대해 동료들도 어려움을 느낀다"며 "(제대로 이해를 못해) 오해하게 되거나 원하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용 가정도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가사관리사 서비스 제공업체인 휴브리스 전창민 대표는 "기존 국내 돌봄 노동자들은 연령대가 높아 동적으로 아이들과 놀아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가 오면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등 놀이가 다양해졌다는 반응이 있다"고 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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