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왕'이라 불린 남편과 결혼하며 재산 늘어
침실 1개짜리 소박한 아파트서 거주
사치스러운 옷 안 입고 지하철 타고 다녀
언론인과 자선가 등으로 꾸준한 사회 활동
힐튼 호텔의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과 달리 쉐라톤의 상속녀가 80대의 나이에도 지하철을 타고, 침실 1개짜리 소박한 아파트에 사는 모습을 공개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경제지 포천(Fortune)은 10조원 규모의 기업 두 개를 물려받은 상속녀 미치 퍼듀의 삶에 대해 조명했다.
공립학교를 거쳐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한 퍼듀는 26세에 아버지의 사망으로 쉐라톤 호텔 지분을 상속받았다. 이후 퍼듀 가족이 운영하는 쉐라톤 호텔은 120억 달러(약 16조원)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퍼듀 역시 상당한 재산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퍼듀의 재산은 결혼하며 더욱 늘어났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남편 프랭크 퍼듀는 미국 최대 닭고기 생산업체 퍼듀팜스를 이끌며 '치킨의 왕'으로 불렸다. 퍼듀팜스는 작년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를 물려받은 퍼듀는 은퇴하고 호화로운 삶을 누리기에 충분한 재산을 갖고 있다.
하지만, 퍼듀는 부(富)를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고 포천은 평가했다. 그는 "친정인 헨더슨 가문과 퍼듀 가문은 사치를 장려하지 않는다"며 "두 집안 모두 디자이너 옷을 입는 것으로 점수를 얻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20대 젊은 나이에 아버지의 상속 재산을 물려받은 퍼듀는 "주식 시장에 모든 것을 투자하고 다른 사람에게 관리하게 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퍼듀는 그런 편안하기만 한 인생을 택하지 않았다.
먼저 농업에 관심을 가진 퍼듀는 캘리포니아 대학 캠퍼스 근처에 땅을 구입해 대학이 농업 실험을 하도록 후원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쌀 농장을 관리하며 보냈고, 몇 년 후에는 농업 분야와 정신 건강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가 됐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는 이유에 대해 퍼듀는 "이런 생활이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 돕기 위해 약혼반지 경매에 내놓기도
퍼듀는 지난 2022년부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1만2000달러(약 1600만원) 상당의 약혼반지를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을 돕기 위해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 현재는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AI 트라우마 치료 앱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퍼듀는 지난 2022년부터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남편으로부터 받은 1만2000달러(약 1600만원) 상당의 약혼반지를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을 돕기 위해 경매에 내놓기도 했다. mitziperdue.com
원본보기 아이콘나아가 퍼듀는 메릴랜드주에 있는 침실 1개짜리 아파트에서 수년간 거주해 왔다. 그의 이웃들은 간호사나 경찰관 등 평범한 시민들이다. 여행 시에는 항상 이코노미 클래스를 이용하고, 뉴욕을 방문할 때는 택시보다는 주로 지하철을 탄다. 새 신발을 사는 대신 수선공을 찾아가고, 유명 디자이너 옷에는 관심 갖지 않는다. 퍼듀는 "비싼 옷을 입는다고 칭찬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스카우트의 최고 등급인 '이글 스카우트'가 되거나 해비타트(주거 공간을 확보해주는 봉사 활동을 하는 국제 NGO 단체)에서 일하는 게 칭찬받을 일이다.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칭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퍼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며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아간다. 그는 그 이유를 '받는 것의 공허함'과 '주는 것의 기쁨'에서 찾았다. 커다란 요트나 실크 파자마는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지 못하고, 자선 활동과 열심히 일하는 것이 그를 충족시킨다고 했다. 퍼듀는 "행복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라. 불행을 원한다면 자신에게 빚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라"고 했다.
퍼듀의 가족도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100년 동안 지속된 가족 기업을 통해 관리의 중요성을 배운다"며 "우리는 소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관리자로서 존재한다"고 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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