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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배상책임보험 없으면 입사 안해요"…해외선 유능 임원 영입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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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책임, 빈틈 많은 보호막…D&O 보험을 다시 묻다]
②美·英·日서 D&O를 인재 영입에 적극 활용
D&O 의무화, 회사보상계약제도 도입 등 활성화 노력해야

편집자주기업 임원의 책임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책무구조도 도입, 상법 개정안 추진 등 각종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경영진은 점점 더 다양한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주주소송 등 법률적 책임은 기업뿐 아니라 임원 개인의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임원배상책임보험(D&O)은 기업 경영의 필수 안전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D&O는 임원의 직무상 과실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책임을 보호하는 동시에, 유능한 인재를 지키고 영입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D&O 보험은 보장범위가 좁고 면책 조항이 복잡한 데다, 청구기준(claims-made) 방식과 외국 약관을 단순 번역해 쓰는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제도적 기반 마련과 함께, 국내 실정에 맞는 약관 정비와 실효성 있는 상품 설계가 시급하다. 아시아경제는 이번 기획을 통해 D&O 보험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었다.

미국·영국·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기업들이 임원배상책임보험(D&O)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산업발전과 시장확대로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진 위험을 보험사로 이전해 경영진의 소신있는 경영판단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D&O는 단순 보험상품을 넘어 국내외 각지에서 유능한 경영진을 영입하는 주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유능 임원 영입에 임원배상책임보험(D&O)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이미지. 챗GPT

글로벌 기업이 유능 임원 영입에 임원배상책임보험(D&O)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이미지.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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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日은 정부·기업이 D&O 적극 지원

D&O가 가장 처음 개발된 곳은 세계 최대 보험시장인 미국이다. 미국에서는 세계 대공황을 불러온 1929년 월가 대폭락 사태 이후 연방증권법이 제정되고 이사의 책임이 강화됐다. 이후 규제기관의 활동 범위가 커지고 주주나 제3자 소송이 활발해지자 영국의 보험연합체인 로이즈(Lloyd’s)가 미국 기업들에 D&O를 판매한 게 시초다.

미국에서 D&O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건 1960년대부터다. 당시 미 정부가 D&O를 법적·제도적 테두리로 끌어왔기 때문이다. 1968년 델라웨어주에서 처음으로 회사법을 개정해 D&O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다음 해엔 국세청(IRS)에서 보험료를 회사경비로 인정하면서 미국에서 D&O가 급성장했다. 현재는 미국 모든 주에서 D&O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영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D&O가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1985년에 개정된 영국 회사법은 '임원의 책임을 면제하고 보상하는 조항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기업이 D&O에 가입하는 게 위법인지에 관해 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후 영국은 1989년 회사법을 재개정해 기업이 D&O에 가입할 수 있는 명문규정을 처음 도입했고 이후 D&O 가입이 대폭 늘었다.


미국·영국·일본 등은 기업 차원에서도 회사보상계약제도를 활용해 D&O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보상계약제도는 임원이 주주나 제3자로부터 소송을 당했을 때 소송비용 등 법률적 방어를 위해 사용한 비용을 회사가 보상해주는 제도다. 최근 해외 유수의 인재가 몸담을 기업을 고를 때 이 제도 도입 여부를 묻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미국·영국·일본에서는 회사보상계약제도를 핵심임원 영입과 방어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고 이 제도하에서 D&O를 적극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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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D&O 시장 급성장하는데…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글로벌 D&O 시장은 2014년 132억달러에서 2023년 252억달러(약 35조원)까지 9년 만에 약 2배 성장했다. 앞으로 연평균 9.9%씩 성장해 2030년엔 488억달러(약 67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D&O 보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지만, 미국·영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정부와 기업이 제도적으로 D&O 가입을 유도하는 반면 한국은 가이드라인 수준의 권고와 D&O 활용 여부만 공시토록 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D&O에 관한 규정을 마련한 건 2005년 금융감독원의 '상장법인의 D&O 가입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2023년 금융위원회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개정이 전부다.


이처럼 제도적 기반이 미약하다 보니 국내 D&O 약관도 미국 보험사 처브(Chubb)나 AIG 등의 영문약관을 그대로 번역해 사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약관 해석의 불명확성이 발생하고, 실제 분쟁 발생 시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D&O 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상품 구조 자체의 한계를 지적한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보장범위의 협소성, 과도한 면책조항, '청구기준(claims-made)' 방식이 꼽힌다. 보험은 보험기간 중에 청구가 이뤄져야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약갱신이 원활하지 않거나 통지요건을 놓칠 경우 실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게다가 국내로 가져온 영문약관이 미국 회사법에 근거해 설계된 탓에 국내 법체계 및 기업 실무와 맞지 않는 조항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통지조항, 방어비용 처리, 위법행위 면책 등 주요 조항에서 해석상 모호함이나 가입자에게 불리한 구조가 발견된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단순한 번역 약관에서 벗어나 국내 실정에 맞는 독자적 국문 약관의 재정비와 함께, 관련 법·제도의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D&O 계약을 제대로 설계·관리할 경험이나 통계가 부족해 대부분이 재보험으로 출재되는 상황"이라며 "D&O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인 만큼, 제도적 기반과 함께 보험사의 자체 상품 역량도 함께 키워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의무화·공제회 신설 등 D&O 활성화 나서야

전문가들은 정부와 기업이 D&O 도입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게 D&O 가입 의무화다. 2010년 조경태 당시 민주당 의원 주도로 금융사 임원의 D&O 가입 의무화 입법이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권순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까지 확대되는데 앞으로 책임소재 관련 분쟁이 크게 늘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D&O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재욱 에임브릿지파트너스 대표도 "여러 업종 중에서도 금융사의 D&O 의무화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최근 책무구조도 도입으로 이사의 책임을 따지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D&O 의무화는 임원직을 회피하거나 보신주의로 업무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신용기금처럼 D&O 관련 기업임원공제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료사고배상 책임보험 가입을 지원하는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과 같은 공제회를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보험사 상품에 개별로 가입하기보다는 공제회가 보험가입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선진국처럼 민간 기업이 회사보상계약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특임교수는 "일본에서는 이사가 되면 책임이 무거워진다는 이유로 취임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고 2021년 회사법을 개정으로 회사보상계약제도를 도입해 이를 보완했다"며 "이는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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