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갇힌 청소노동자, 동료에 구조요청했지만
호텔 관계자 "기다려달라"…제때 신고 못해
인천 한 호텔에서 청소 노동자가 엘리베이터 고장으로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호텔 측이 119 신고를 막아 구조가 지연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 연합뉴스는 인천소방본부 등을 인용 "지난달 26일 오후 5시35분께 인천 모 호텔에서 50대 청소 노동자 A씨가 직원용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퇴근 중이던 A씨는 호텔 건물 1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승강기가 1층과 2층 사이에서 갑자기 멈추면서 바닥으로 넘어졌다. 엘리베이터 인터폰이 고장 난 것을 확인한 A씨는 휴대전화로 자신의 남편과 동료 직원인 B씨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이후 B씨는 호텔 측에 사고 사실을 알리고 119 신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호텔 측이 엘리베이터 관리 업체에만 연락하고 신고를 미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B씨는 119에 직접 신고하려고 했으나, 호텔 관계자로부터 "119 불러도 소용없다. 엘리베이터 관리 업체에 연락했으니 20분만 기다려라"는 얘기를 듣고 신고를 제때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씨로부터 처음 연락을 받은 지 40여분 만인 오후 6시13분께 119에 신고했다.
소방 당국은 5분 뒤 "출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신고 취소 요청을 받고 복귀하던 중 A씨와 직접 통화해 "아직 갇혀 있다"는 말을 듣고 다시 출동했다. 이어 오후 7시16분께 엘리베이터 관리 업체 관계자와 함께 1층과 2층 사이에 있던 승강기를 2층 가까이 이동시켜 사다리를 활용해 A씨를 구조했다.
현재까지 신고 취소자는 B씨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누가 신고를 취소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사고로 A씨는 허리와 목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A씨는 "당시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어서 직접 119에 신고하지 못했다"며 "119 신고만 제때 이뤄졌어도 빨리 구조가 됐을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이어 "1시간40분 넘게 엘리베이터에 갇히면서 생긴 공포가 아직도 생생하다"며 "호텔 측이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도 단순 승강기 고장 사고로 인식하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호텔 측에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으나, 호텔은 제대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발표한 '승강기 중대한 사고 및 고장 발생 시 절차 안내'에 따르면 고장 난 엘리베이터에 환자가 갇혀 있으면 관리자는 119에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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