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인사청문회, 정국 주도권 수단으로 활용
與, 내로남불식 논리로 방어 집중
野, 후보자 흠집내기로 낙마에 총력
"벼르고 별렀다" vs "밀리지 않겠다"
정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정치권에선 여야 간 진흙탕 싸움이 시작된다. 야당은 각종 흠집 내기로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에 온 힘을 쏟는다. 이에 맞서 정부와 여당은 인사청문회 결과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하기 일쑤다. 인사청문회가 인사 검증이라는 본질을 잃고 정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수단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공격수' 역할이다.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 검증이 공격의 목표가 돼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먼지털기식 신상 검증이라는 지적을 받더라도, 결과적으로 낙마하는 쪽에 당력을 집중한다. 주요 공직 후보자의 낙마는 곧 대통령의 인사 실패이자, 국정 동력을 약화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쇄 낙마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진 게 대표적이다.
낙마까지는 아니더라도 후보자에 대한 흠집 내기는 곧 집권 여당의 정치적인 상처로 남는다.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인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실책할 경우 낙마 시도 자체가 공격 포인트가 된다. 정권 교체가 목표인 야당 입장에서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기회인 셈이다.
윤석열 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은 초대 내각 인사를 '인사 참사'로 규정하고 전방위 공세를 벌인 바 있다.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총리 등 주요 공직을 역임한 한덕수 당시 총리 후보자도 비판 대상의 예외가 아니었다.
여기에는 청문회를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 문제로 정치적인 수세에 밀렸던 상황에서 청문회를 통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포석이다. 더 나아가서는 2022년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불리한 선거 구도를 바꿔보려는 계산과도 관련이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진영 대결에선 자당이 못 하더라도 상대 당이 무너지면 유리한 구도가 된다"며 "인사청문회로 상대 당에 균열을 만들 수 있다고 보니 낙마 자체를 성과로 평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 핵심 인사일수록 공격 수위는 높아진다.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이 대표적인 예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를 '까도 까도 의혹이 나오는 썩은 양파 수준'이라며 몰아붙였다. 조 후보자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여당은 '수비수'를 맡는다. 대통령이 내정한 후보자를 가능한 보호 해야 한다.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과 정권 재창출은 위해선 대통령이 원하는 내각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은 조국 후보자 감싸기에 안간힘을 썼다. 조 후보자가 낙마하면 문재인 정부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봤다. 이에 청문회 전날에는 55쪽 분량의 Q&A와 7쪽 분량의 '조국 후보자 자녀 입학 관련' 문건을 준비하며 '대리 해명'을 자처하기도 했다.
여당의 수비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경우 정부는 버티기로 배수진을 친다. '야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정치적인 이유가 담겼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될 경우 "총리 없이 새 정부를 운영하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한 후보자를 비롯해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29명의 고위공직자 임명이 야당의 반대 속에 강행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정부가 바뀌면 공수만 교대할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여야가 입장이 서로 바뀌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인사청문회가 반복된다. 윤석열 정부 당시 민주당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의대 편입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자유한국당이 조국 후보자를 타격한 방식과 유사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사는 처음부터 배제해야 네거티브전에서 탈피할 수 있다"면서도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과 정책 검증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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