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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꿈 접게 만드는 한국 떠나 美 나스닥으로 갑니다"[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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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 인터뷰
27년 치매 치료제 개발 매진
임상 3상 앞두고 나스닥 상장 추진

편집자주신약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인내심의 경쟁이다. 적어도 십 수 년에 걸쳐 수 백 억원을 쏟아 부어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불과 3~5년짜리 속도전에 내몰리고 있다. 초기 자금을 모으려면 현실적으로 증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법차손이나 매출액 같은 단순한 수치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이뤄지는 평가 기준을 못 맞추는 경우 시장에서 퇴출되고 미래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K-바이오'를 이끌 기술력을 바탕으로 출사표를 낸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전혀 엉뚱한 사업에 매달리며 '장부관리'에 힘쏟는 건 이런 구조의 단면이다. 아시아경제가 이런 현상과 그 원인을 들여다보고 장기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①바이오 유망주인 이 기업은 어쩌다 빵을 팔게 됐을까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②"27년 꿈 접게 만드는 韓 떠나 美 나스닥으로 갑니다"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③갈수록 악화하는 대내외 여건, '바이오 새싹' 숨통 조여

[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④"R&D 투자, 비용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해야"


"신약 개발은 인내심의 싸움입니다. 수십년을 버텨왔는데 꿈을 이루기 직전에 포기하게 만드는 현실은 바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치매·뇌졸중 치료 신약 개발사 지엔티파마 곽병주 대표는 이렇게 호소했다. 그는 1998년 지엔티파마를 설립해 지난 27년간 신약 개발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정작 결실을 눈앞에 둔 지금, 지엔티파마는 국내가 아닌 미국 상장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 필요한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가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지엔티파마 본사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가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지엔티파마 본사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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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지엔티파마 본사에서 만난 곽 대표는 "글로벌 임상 3상 도전을 위해 미국 나스닥으로 눈을 돌렸다"며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려면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 진출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스닥 상장 주관사들은 뇌졸중 같은 전문 분야에 대한 이해와 인력이 있어 우리 신약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다"며 "초기 IPO(기업공개)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 지속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지엔티파마는 나스닥 상장을 위해 미국 현지 주관사 등과 계약을 맺고 상장 준비에 들어갔다. 자금조달은 두단계로 준비중으로 IPO시 시가총액 5억달러(약 6840억원)를 예상하는데 이 중 5000만 달러(약 684억원) 안팎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1년 후 기술력과 상업화 가능성을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추가 자금 2억 달러(약 2735억원) 가량을 펀딩으로 확보해 임상 3상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나스닥에서 통할 것이란 자신감은 기술력에서 나왔다. 지엔티파마는 이미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강아지 치매) 치료제 '제다큐어'를 개발해 2021년 국내 출시했다. 곽 대표는 "사람, 개, 고양이 모두에서 똑같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여 뇌세포가 죽기 때문에 치매가 온다"면서 "개에서 효과를 확인한 약인 만큼 사람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도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엔티파마는 제다큐어의 가능성에 주목한 미국·일본 등지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 협상을 진행중이다.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가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지엔티파마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가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지엔티파마 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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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엔티파마가 국내 대신 해외 상장을 택한 이면에는 국내 기술특례상장 제도와 자금 조달 시장의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매출이나 이익이 없어도 기술력으로 코스닥에 상장할 길을 열어준 제도다. 그러나 일단 상장하고 나면 사정이 달라진다. 현행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장 후 일정 시점부터 일률적인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퇴출 위기에 처한다.


지엔티파마도 국내 상장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곽 대표는 "우리가 국내에 상장한다고 해서 3~5년 내에 당장 이익을 낼 순 없다. 그때까지는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산업의 구조"라고 말했다.


신약개발 기업인 만큼 긴 안목의 정책과 투자가 절실하다고 곽 대표는 강조한다. 바이오벤처 1세대인 곽 대표의 호소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생태계 개선을 향한 간절한 제언으로 들렸다. 그는 "10~20년이 걸리는 신약 개발을 위해 상장했는데 30억원 매출 올리라고 요구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상장 후 곧바로 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많은 바이오벤처들이 유망 파이프라인을 성급히 기술이전 계약으로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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