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력·정밀도 극대화…'미래형 제조 시스템'
샤오미 등 中기업들, 최첨단 기술로 무장
로봇이 일자리 삼킨다…"양극화 심각해질 것"
24시간 무인으로 운영되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가 중국 제조업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다크 팩토리를 통해 생산성 혁신을 일으키면서 인공지능(AI) 시대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자동화가 심화할수록 일자리 감소 등 사회적 부작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크 팩토리 구축하는 中기업들…AI·로봇·IoT 기술 '총집결'

샤오미가 구축한 다크 팩토리 내 생산라인. 조명이 꺼진 어둠 속에서 최첨단 센서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는 다관절 로봇이 사람 대신 스마트폰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샤오미 유튜브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지난해 베이징 창핑에 차세대 스마트폰 제조 공장을 열었다. 투자금액은 약 5000억원에 달하며 연간 생산능력은 스마트폰 1000만대 규모다.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만드는 이 공장에서는 지능형 로봇이 대부분의 작업을 24시간 내내 처리해 1초에 1대씩 완성품을 내놓는다. 샤오미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 제어 시스템을 통해 인쇄회로기판(PCB) 조립, 부품 검사, 최종 테스트까지 모든 과정을 자동화했다.
이처럼 샤오미가 구축한 무인 자동화 공장이 바로 '다크 팩토리'다. 사람 없이 온종일 기계가 알아서 작업을 처리하니 내부가 밝아야 할 필요가 없어 우리말로 '암흑 공장'이라 부른다.
샤오미 수준의 완전 자동화 공장은 아니지만, 다른 중국 기업들 역시 다크 팩토리에 준하는 자동화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비야디(BYD)의 시안 공장은 로봇 핸들링 시스템과 무인운반차(AGV) 등을 활용해 용접과 도장, 배터리 팩 조립 등 생산 공정의 97%를 자동화했다. 또 통신장비 제조기업 화웨이는 지난 4월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AI, 클라우드, 차세대 무선 기술을 바탕으로 한 스마트 제조 기술을 공개하면서 "지능형 공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다크 팩토리는 다양한 첨단 기술의 융합으로 구현되고 있다. 기존에 사람이 수행하던 조립, 검사, 물류 등 대부분의 작업을 다관절 로봇을 포함한 자동화 설비가 처리한다. 공장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는 실시간으로 제조 공정을 모니터링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며,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사람의 개입 없이 공정을 유연하게 조정한다.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고도화시켜 생산 과정의 비효율을 찾아내고 공정을 최적화한다.
아울러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통해 설비 간 실시간 소통과 정보 공유가 가능해져 생산 라인의 모든 작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특히 다크 팩토리에서는 컴퓨터 비전, 라이더(LiDAR) 등의 기술이 대부분의 물리적 자극을 감지한다. 빛이 전혀 없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로봇이 정밀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이유다.
다크 팩토리는 24시간 가동되므로 작업 속도와 생산 능력에서 기존 공장을 압도한다. 상주 인력을 위한 휴식 공간이나 식당, 의료 시설 등이 필요 없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된다. 로봇은 피로, 실수, 감정 기복이 없어 품질 관리 측면에서도 일관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또 다크 팩토리는 외부 개입이 없는 밀폐형 시스템을 유지하기 때문에 오염 물질이 제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자·의약품 등 정밀도가 중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기존 제조 시설 대비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사람을 위한 조명, 냉난방, 환기 시설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단지 로봇과 센서, 서버 등으로 이루어진 '기계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환경을 유지하면 되므로 온실가스 배출도 감소한다.
산업 자동화의 명과 암…로봇이 일하고 사람은 '실직'
중국이 다크 팩토리 구축을 통해 제조업 패러다임에 혁신을 일으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고용이 빠르게 줄면서 사회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자동화 도입이 확산할수록 기존 산업 구조에 의존해온 취약 계층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중상위 소득국가 중에서 저학력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종사하는 저숙련 노동자나 농촌 출신 인력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벨기에 루벤대학교의 도리엔 에머스 교수는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대규모 자동화가 노동 수요를 줄였고, 이는 저숙련 근로자의 임금 하락 및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며 "결국 소비 위축과 성장 둔화에 의해 실업과 범죄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러한 문제는 노동 현장의 갈등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홍콩 소재 비정부기구(NGO) 차이나 레이버 불리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제조업 관련 시위가 450건을 넘어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단체는 중국에서 기계나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면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기술적 실업'이 늘고 있으며, 특히 전자 산업 분야에서 노동 시위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첨단 제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삼고 주도해온 만큼, 그로 인해 발생할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첨단 제조업을 경제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며 "하지만 산업 자동화가 이뤄질수록 고용 유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업률 상승은 경제 둔화를 심화시키고, 그간의 고속 성장에 익숙한 정책 당국에 새로운 압박이 될 수 있다"며 "일당 지배 체제인 중국이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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