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진가 니시모토 기미코 별세
72세에 늦깍이로 사진 배운 할머니
유머 감각 돋보이는 자화상 화제돼
72세에 늦깎이로 사진을 배워 유머 감각이 돋보이는 자화상을 찍어 올리던 일본의 '셀카 할머니' 니시모토 기미코(97) 씨가 별세했다. 일본 재팬타임스는 지난 13일 "독특한 사진으로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줬던 니시모토가 지난 9일 구마모토현의 한 병원에서 담관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의 아들은 고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고를 전하며 "어머니는 72세에 예술 여정을 시작했지만, 25년간 사진작가의 인생을 살며 많은 분의 지원으로 인생의 마지막이 풍요롭고 보람찼다"며 "당신은 유머와 창의력으로 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셨다. 전국에서 사진을 보러 와 주신 모든 분, 따뜻한 격려의 말씀을 나눠주신 분들, 그리고 당신의 여정 내내 따뜻하게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평생 예술과는 연이 없었던 니시모토는 아트디렉터인 아들의 권유로 72세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독특한 상황을 연출해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인기를 얻었다. 빗자루를 타는 해리포터, 맥주를 마시는 스모선수, 사슬에 묶인 개 등 유머러스한 장면을 만들어 올렸다. 스스로 촬영해 편집한 자화상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사랑을 받았다.
작품만큼이나 어록도 사랑받았다. 쓰레기봉투에 싸인 모습에 대해서는 "나이 들면 버려지는 것도 삶의 일부"라고 했고, 빨래 건조대에 대롱대롱 매달린 모습은 "햇빛에 말리면 코로나가 사멸할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작품을 찍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게 인생이란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항상 사진 찍을 만한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고 밝혔다.
니시모토는 지난 2011년 첫 개인전을 열고 2016년 첫 사진집을 출간했다. 지난 2012년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후 사진 작업은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고 한다. 혼자 살 때는 아들이 선물한 인간형 로봇 '페퍼'와 교감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달 병원 입원 소식이 알려졌고, 지난 5일 SNS에는 "내년에도 벚꽃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볼 수 있을는지"라는 글을 남겼다.
니시모토는 지난 2018년 한 인터뷰에서 "나이가 들어도 사진은 찍을 수 있다. 집 안이든, 밖이든, 침대 위든 어디서든 가능하다. 그게 카메라의 장점이다"라며 "어디를 가든 지 그 장소에서 무슨 옷을 입으면 재밌을까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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