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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신뢰와 균형의 정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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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한 여대야소 정치 지형
여당, 단순한 지지 조직 아냐
자율적 감시·성찰 기능해야

[논단]신뢰와 균형의 정치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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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체제가 6월 출범 이후 점차 국정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국민 다수의 선택을 받은 지도자가 국정을 책임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어느 정권이든 초기에 강한 추진력과 기대를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을 선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국정 운영은 단지 '속도'나 '결단력'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 추진력 뒤에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행사되고 있으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얼마나 존중되고 있는지 또한 살펴야 한다.


현재의 정치 지형은 명백한 '여대야소'다. 여당은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회는 물론 지방 권력과 행정부 전반에 여권의 영향력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정책 추진에 있어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권력 분립(separation of powers)'과 '견제와 균형'이 약화할 수 있다는 구조적 우려도 함께 따른다.

특히 여당이 대통령의 발언과 정책에 무비판적인 동조를 보내는 현재 분위기는 건전한 정치 생태라 보기 어렵다. 야당이 분열되어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당마저 건설적 비판을 자제하거나 침묵한다면 국정 운영은 오히려 위험한 독주로 흐를 수 있다. 정치적 동조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자율과 성찰을 잃는다면 결국은 권력 내부의 고착화로 이어진다.


더욱이 최근 사법부와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여러 징후는 우려를 낳는다. 특정 재판 결과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적 프레임을 씌우는 발언 등은 사법권의 독립성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다. 사법부는 헌법상 독립된 권력기관이며 법치주의 핵심은 바로 그 정치적 중립성이다. 대통령이든 누구든 법의 적용에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원칙이 무너지면 국민은 더 국가 제도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게 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세대 간 감각의 차이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과거 구세대가 젊은 세대의 진보적 가치와 감수성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청년들은 권위주의적 질서에 저항하며 사회적 변화를 이끌었고, 그 흐름은 종종 소외되고 탄압받았지만 결국 시대를 바꾸는 힘이 되었다. 이제는 역설적으로, 진보 세력이 주류가 된 상황에서 일부 젊은 세대가 보이는 보수적 성향에 대해 진보 진영이 '퇴행'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 또한 시대의 또 다른 흐름이자, 기성 진보 세력이 권력화되었을 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반작용이다. 과거 진보 진영이 겪었던 소외와 억압을 기억한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 역시 그러한 감성 속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쥔 것을 쉽게 내려놓지 못한다. 그러나 순환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균형을 이루는 본질적 움직임이다.


과거 모든 집권층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겠다고 약속해 왔다. 그 약속은 이제 국정 운영 전반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통해 평가받아야 한다. 통합은 단지 언어적 수사나 형식적인 인사로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력 행사 방식 속에서 드러나야 한다. 대통령이 균형 잡힌 권력 행사를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줄 때, 국민은 비로소 신뢰를 보낼 수 있다.


이제 막 출범한 새 정부는 국민과 헌법 앞에 겸허한 자세로, 권력의 속성을 늘 경계하며 다양한 목소리에 대한 경청, 법과 제도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견제와 균형이 살아 있는 정치를 실현해 가길 바란다. 여당 또한 단순한 '지지 조직'이 아니라, 내부 토론과 자율적 감시 기능을 가진 책임 있는 정치 주체로서 제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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