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신증권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실현 불가능한 이유들'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 무역에 타격이 크고, 주로 이란 우방국에 악영향을 미치며, 미군 개입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이스라엘은 이란이 제공권을 상실하자 공격 범위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첫날 핵연료 농축 시설과 탄도미사일·방공 기지, 군 간부 암살에 그쳤던 공격은 이후 전력 등 에너지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다. 이란 에너지부는 수도 테헤란 인근 내수용 석유 저장 시설이 피격받았으며 이란 내수의 70%를 담당하는 남파르스 가스전 등이 생산에 지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내외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최악의 시나리오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거론되고 있다. 봉쇄를 통해 이스라엘에 대한 외국의 압박을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란의 남쪽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해주는 해협으로, 전세계 원유 및 LNG 해상 물동량의 약 20%(이 중 아시아 향이 85%)가 이곳을 거쳐 간다. 폭 55km, 평균 수심 56m이지만 VLCC급 유조선이 항해할 수 있는 구간(수심 25~30m)은 폭 3km 정도에 불과하며, 모두 이란 해역이다. 해당 해역이 이란에 의해 봉쇄될 경우 우회 가능한 시설은 사우디와 UAE만 보유하고 있고,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운송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세계 공급의 최소 7~10%에 해당하는 원유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유가는 배럴당 85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1차 오일쇼크 또는 이란-이라크전 상황을 재현시킬 수 있다.
그러나 대신증권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5가지 이유로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첫째, 과거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여러 차례 협박했으나 직접 시도한 사례는 없다. 둘째, 이란 무역의 85~90%는 해상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높은 실업률과 대공 방어 실패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교역 위축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보수파의 정치적 입지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셋째, 해당 해협을 통한 에너지 운송의 85%가 아시아 향이기 때문에, 해협 봉쇄는 이란의 우방국인 이라크, 카타르와 주요 고객인 중국의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 넷째, 호르무즈 해협 내에는 2개 항모 전단이 소속된 미 해군 5함대 사령부가 있어, 해협 봉쇄는 미군 개입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다섯째, 이란은 평화와 안전에 문제가 없는 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무해통항권(Innocent Passage,1958)' 조약에 가입되어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는 당장 지정학 리스크만을 반영하겠지만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경우 사우디 주도의 OPEC+ 증산 등 공급 영향에 따라 안정(배럴당 55~75달러)을 되찾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시영 기자 ibp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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