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중턱서 제주남단 공역 층층이 감시
하루 1000여편 방향·거리·고도 정보 전달
제주 한라레이더에 잡힌 항공기 위치와 고도, 식별 정보가 인천·대구 항공교통관제소 등에 전달된다. 관제사는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조종사와 소통한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의 최남단 공역에서 항공기가 지정된 항공로로 비행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한라레이더의 책임이 막중하다.
2023년 12월 개소한 한라레이더 기지는 제주 서귀포시 한라산 중턱(해발 1138m)에 위치한다. 지난 13일 차량으로 방문하니 1100고지 휴게소를 지나 금방 도착했다.
철문을 통과하자 네모난 사무소 옆으로 안테나를 달고 둥그렇게 솟은 레이더가 눈에 띄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 레이더는 일평균 1000편의 항공기를 관제·감시한다.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1시간당 41~42편, 약 1분 30초마다 한 편씩 살피는 셈이다. 개소 이후 현재까지 감시한 국내외 항공기는 누적 54만여편에 달한다. 이 정도로 레이더가 바쁘게 돌아가는 곳은 드물 것이라고 공사 측은 설명했다.
고철승 공사 제주항공무선표지소장은 "제주 남단 공역은 5개의 항공로가 교차해 매우 복잡하다"며 "기존 레이더 시설은 전파가 비행정보구역 남쪽 경계 지역까지 온전히 닿지 않아 이를 해소하고자 정부가 고지대에 한라레이더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레이더가 높은 곳에 있어 비슷한 지점에 있는 항공기를 층층이 살필 수 있게 됐다고도 했다.
제주 남단 공역은 중국, 일본, 호주, 홍콩, 대만, 필리핀, 베트남, 중동 등으로 향하는 항공로(Y711, Y722, B576)와 중국-일본 간 항공로(A583, Y590)라 교차한다. 과거 이 구역은 한국, 일본, 중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중재에 따라 3국이 관제권을 나눠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항공회랑(특정 고도로만 비행 가능한 공역)이라 불린 이 체제에서 안전 문제가 커지면서 2021년 한국이 관제를 주도하게 됐다.
한라레이더 이전에는 동광레이더를 활용했다. 다만 동광레이더는 SSR만 운영한 데다 불과 348m 높이에 위치해 북쪽으로 원물오름(원수악)과 한라산 지역, 남서 방향 산방산이 감시 장애물로 작용했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한 한라레이더에는 국내 최초 3D 레이더를 도입해 방향·거리, 나아가 고도까지 탐지할 수 있게 했다.
한라레이더는 1차 감시레이더(ARSR, 전파 발사·반사를 통한 위치.고도 탐지)와 2차 감시레이더(SSR, 항공기 무선통신을 통한 항적 식별), 자동종속감시(ADS-B, 다양한 항적 정보 탐지) 등 3종 감시 체계를 갖추고 있다. ADS-B의 경우 항공기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위치를 파악, 지상으로 위치·항적 정보를 1초 간격으로 방송하는 신호를 수신해 정보를 얻는다.
고 소장은 "정확한 항공기 위치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관제사-조종사 간 음성·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도록 항공이동통신시설과 데이터링크 장비를 함께 운용해 관제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라레이더 기지 직원은 6명으로, 이들은 폭우나 폭설 등 이동이 힘든 제주 날씨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도로 통제로 연평균 3~4회 연속 근무(평균 3~4일씩)가 발생해 15일 정도의 비상식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생활용수는 빗물을 받아 역삼투압 방식으로 처리해 사용한다. 고 소장은 "연 1회 정화조를 청소하고 오·하수는 자연으로 배출한다"며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년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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