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소추 특권 이유로 재판 중단
무기력한 野…與는 특검 공세
방탄 독재 위험·리더십 시험대에
"모든 것을 독점하려 하고 힘으로 제압하려 하고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대화하고 타협하고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제거해 버리고 독식하고 힘으로 제압하고 권력을 장악해서 법률 지배의 예외로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려는 그들에게 다시 이 나라를 맡길 것입니까?"
누가, 누구를 향해서 했던 말인지 헷갈릴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5월25일 아산 유세에서 윤석열 정권 세력을 향해서 했던 말이다. 상대 후보도 마찬가지로 이재명 후보를 향해서 방탄 독재의 위험 세력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서로 헌정질서와 법치를 파괴하는 세력으로 맞공세를 펼쳤던 지난 대선이었다.
이제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대선 승리로 확실한 권력의 주체가 돼 그 우려를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역설했던 '권력을 장악해서 법률 지배의 예외로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려는 그들'이 당장 현실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중단 논란이다.
대통령 자격 문제가 달린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은 법원이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확대 적용해 연기하면서 중지됐다. 다른 대장동 재판 등도 마찬가지 이유로 연기했다. 나는 물론 헌법 84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이 재임 이전에 진행되던 재판을 중단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본다. 더구나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다투는 재판을 대통령이기 때문에 중단한다는 것은 권력이 법치를 지배하는, 법치의 역전이다. 미국 트럼프의 사례를 인용하지만, 미국은 반란(rebellion/insurrection)의 이적행위를 제외하고는 연방 차원에서 아예 피선거권을 제한하지 않고 있는 나라다.
우리 헌법 65조에서 탄핵소추와 탄핵 심판을 구분하고 있듯이 소추가 재판을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지만, 추가적인 사법적 항고 등을 제외하고는 법원의 결정을 전복할 방법은 없다. 법과 양심에 따른 결정인지, 국가적 혼란을 염려한 자의적 판단인지, 권력의 위세에 동승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 대통령의 사법 책임에 대한 방어와 면소를 목적으로 한 형사소송법, 선거법 개정도 그대로 추진하는 모양이다. 위인설법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로 법치를 말할 수 없는 일이다.
대선 심층 출구조사에서 응답자의 63.9%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재판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그런 여론과 달리 재판은 중지되고 있지만, 6월 둘째 주 갤럽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이 대통령이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는 비판 세력의 제도적 구심점인 야당 국민의힘의 절망적 상황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야당의 무기력과 이재명 정권의 기세 속에 윤석열 정권의 권한 남용을 다시 심판하는 세 특검을 시작하고 있다. 이 대통령 자신의 사법적 책임 논란에 대한 시선 돌리기와 역공세 전략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권력의 자기 절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정권교체를 통한 청산은 정치보복 우려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차선의 법치 실현 방식이다. 거론되는 특별사면과 맞물린 또 다른 권력남용을 경계해야 한다. 춘풍추상의 자기 실천이 선행되었을 때 권력남용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 리더십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었던 사법적 책임과 방탄 독재에 대한 우려. 사법 책임은 불씨를 남긴 채 유보됐다. 방탄 독재 위험과 리더십은 이제 본격적인 시험 무대에 올랐다. 향후 국정운영 실상과 정책적 성과에 대한 국민 평가가 그 불씨를 잠재울 수도, 키울 수도 있다.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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