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기반, 원격 조정…미래 농업의 비밀”
강북구, 스마트팜 센터·스마트 농업시설 운영
"딸기, 이렇게 키우는 건 처음 봤어요" "이런 농업, 우리도 도입하고 싶어요".
서울 강북구 번동 서울수송초등학교 앞 5차선 도로변 3층 신축건물에 들어선 '강북 스마트팜 센터'가 낯선 방문객들의 발걸음으로 활기를 띠었다. 지난 12일 에티오피아 농업부 공무원 8명은 최첨단 도심농업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농민 소득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꼭 도입하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냈다.

에셰투 훈데 에티오피아 농업부 농업기계화국장(사진 왼쪽)과 공무원들이 '강북 스마트팜 센터' 1층 아쿠아포닉스 엽채류 체험재배실 모습을 동영상에 담고 있다. 강북구 제공.
이번 연수는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도하는 대한민국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의 일환으로, 에티오피아 농업부가 스마트 농업 도입을 희망해 마련됐다. 에티오피아는 대부분 소농 위주의 전통 농업을 유지하고 있고, 스마트 농업 도입에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강북구는 이날 KDI의 견학 요청을 받아들여 지난 4월 중순 문을 연 강북 스마트팜 센터를 에티오피아 공무원들에게 안내했다. 센터 1층은 아쿠아포닉스 엽채류 체험재배실과 직판장으로 꾸며져 있다. 아쿠아포닉스는 수경재배(Hydroponics)와 양식(Aquaculture)을 결합한 친환경 농업시스템이다.
센터의 최석훈 매니저는 “물고기가 먹이를 섭취하면 배설물이 여과기를 거쳐 질산염 형태로 분해되고, 이 질산염은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질소로 변환된다”며 “식물이 질산염을 흡수하면 물이 정화되고, 순환 시스템 덕분에 수자원 절약과 수질오염 방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매니저의 설명에 연수단원들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메모를 하며, 시설 곳곳을 휴대전화에 담았다.
특히 관심이 높았던 곳은 2층 딸기 전문재배실이다. 진수헌 강북구 지역경제과장은 “이곳은 연중 섭씨 18~19도가 유지되며 연간 최소 다섯 번의 딸기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공급해 딸기 광합성을 촉진하는데 밀폐된 실내 환경에서 그 농도를 높이면 딸기가 더 달고 단단해진다”고 설명했다.
3층은 엽채류 전문재배실로, 담액식과 점적식 수경재배 방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담액식은 식물을 양액에 담가 키우는 방식이고, 점적식은 대롱을 통해 작물이 원하는 만큼만 양액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모두 물 사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수확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친환경 시스템이다.
최 매니저는 “과거엔 사람이 비료 투입량과 시점을 판단했지만, 지금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조정한다”며 “웹이나 앱으로 원격 조정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연수단원들은 “현장에 가지 않아도 관리할 수 있다니 놀랍다”며 운영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센터에서 만난 에셰투 훈데 에티오피아 농업부 농업기계화국장은 기자에게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건물 내에서 대량으로 식물을 키울 수 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면서 “이런 기술들을 에티오피아에도 도입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레시 베켈레 도시농업국장은 “과일과 채소를 실내에서 키우는 스마트팜뿐 아니라 주민들에게 교육하고, 직접 사 갈 수도 있고, 청년들이 창업한 푸드트레일러까지 같은 공간에 있는 이 시스템이 놀랍다”며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하고 한국의 도움도 받고 싶다”고 했다.
이순희 강북구청장은 "이번 에티오피아 공무원 방문이 스마트 농업 분야에서의 국제 협력 확대와 농업 선진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강북구는 연면적 650㎡ 규모의 스마트팜 센터와 하우스 형태의 우이동 첨단 스마트 농업시설(1592㎡)을 운영하고 있다.
연수단원들은 지난주 강북 스마트팜 센터와 우이동 농업시설외에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락시장), 농업진흥청 남부작물부, 경기도 농업기술원, 서울대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 등을 방문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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