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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④"R&D 투자, 비용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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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 인터뷰
"신약 R&D, 비용 아닌 자산 인정돼야"

편집자주신약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인내심의 경쟁이다. 적어도 십 수 년에 걸쳐 수 백 억원을 쏟아 부어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바이오 스타트업들은 불과 3~5년짜리 속도전에 내몰리고 있다. 초기 자금을 모으려면 현실적으로 증시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법차손이나 매출액 같은 단순한 수치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이뤄지는 평가 기준을 못 맞추는 경우 시장에서 퇴출되고 미래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K-바이오'를 이끌 기술력을 바탕으로 출사표를 낸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전혀 엉뚱한 사업에 매달리며 '장부관리'에 힘쏟는 건 이런 구조의 단면이다. 아시아경제가 이런 현상과 그 원인을 들여다보고 장기적인 개선방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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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꿈 꺾는 상장규제]④"R&D 투자, 비용 아니라 자산으로 인식해야"


"미래 먹거리인 신약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투자는 회계상 비용이 아니라 자산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승규 바이오협회부회장은 기술특례상장제도의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과 매출 유지 조건의 개선이 바이오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승규 부회장은 연세대 공대 학·석·박사를 수료한 뒤 일본동경공대 연구원을 거쳤다.신약개발 바이오벤처기업을 13년간 창업 운영했으며 이후 2012년부터 한국바이오협회 사업을 총괄해오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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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할수록 만성적자…회계 기준 뜯어고쳐야

이 부회장은 먼저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을 기본 전제로 하는데, 현행 IFRS 회계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R&D 비용을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법차손 문제가 심화됐다"며 "R&D를 꾸준히 할수록 만성 적자가 발생하고, 혁신기업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현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R&D 비용의 자산화 기준을 유연화하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일정 조건 하에 R&D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경직된 회계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며 "기술성과 사업성을 명확히 평가받은 프로젝트에 한해 개발비의 자산 인정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법차손 문제는 바이오 산업 전체의 투자 위축으로도 연결된다. 기술특례 상장 기업들이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위기를 겪으면서 바이오벤처 투자가 급감하고, 신규 창업 기업들이 투자 절벽을 넘어 '죽음의 계곡'에서 좌초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대로 가면 5~10년 뒤 한국 제약산업 전체의 경쟁력 기반이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자→자산' 인식 전환,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로"

그는 바이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민간 참여 확대도 제언했다. 바이오 산업계의 자금 조달이 지나치게 기업공개(IPO) 중심으로 쏠려 있어 이를 다양화하고 위험을 분산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 바이오 기업은 사실상 IPO 외에는 자금 회수 경로가 없다"며 "중견기업이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 등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M&A(인수합병)를 촉진할 인프라와 투자회사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는 10월 출범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와 같은 회사가 M&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도록 돕고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국내 중견기업들이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기업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하면 바이오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바이오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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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기의 R&D 자금 지원을 과감히 늘려 실패의 부담을 경감시는 것도 업계에서 제기되는 주요 방법론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정부 및 대기업 주도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스타트업의 신약개발을 돕고 있는데, 우리도 국가 R&D 자금의 전략적 활용을 통해 민간 투자심리를 보강해야 한다"며 "예컨대 유망 파이프라인을 가진 기업에 매칭 펀드 방식 지원을 하거나, 성공보수형 지원으로 실패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창업→임상→제품화로 이어지는 전 주기에 걸쳐 공공과 민간의 리스크 분담체계를 구축하면, 한쪽의 투자 위축이 있어도 다른쪽에서 보완을 해줄 수 있다"며 "정부가 바이오 분야에 대해 단기 정책만 내놓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민간 자생력을 키우는 파트너로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희망적인 것은 국내 대기업과 바이오 기업의 M&A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에서 M&A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간 기술 평가 역량과 글로벌 임상 능력 등 인프라 구축도 필수적"이라며 "대·중견기업들이 투자·M&A 시장에 적극 참여해 국내외 바이오 기업들을 성장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강력한 컨트롤타워 구성을 정부에 적극 제안했다. 그는 "현재 바이오·신약 개발 정책이 여러 부처로 분산돼 추진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대통령 직속으로 산업계 전문가 중심의 범부처 위원회를 구성해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지금이 바이오 산업이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라며 "정부가 산업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규제 개선과 자금 조달 방안 마련 등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만 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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