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여성 근속연수·연봉 살펴보니
100대 기업 女연봉 평균 7400만원
1위 SK텔레콤 1억1700만원
37개 금융사 여성 연봉 평균 1억원
근속연수와 연봉은 특정 기업의 양성평등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다. 그러나 한국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 고연봉·좋은 처우로 대표되는 대기업조차 예외는 아니다. 양성평등지수 조사 대상인 100대 기업과 37개 금융사에서 여성 평균 연봉은 남성의 70% 수준에 그쳤다.
100대 기업 여성 평균연봉 7400만원…'연봉킹' SK텔레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여성 평균 연봉은 약 7400만원으로 남성(1억270만원)의 72% 수준이었다. 여성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여성 연봉킹'은 1억1700만원을 공시한 SK텔레콤이다. 이어 삼성SDS(1억1600만원), 기아(1억1400만원), 네이버(1억1300만원), 현대자동차(1억1200만원) 등 순이었다. 여성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기업은 16개사였다.
여성 평균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CJ프레시웨이(3000만원)였다. 단체 급식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다수 직원이 조리사, 영양사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성상 평균 근속연수가 짧고 급여도 사무·생산직 위주의 기업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코오롱글로벌(3500만원), 이마트(3900만원), 롯데웰푸드(4000만원), 롯데쇼핑(4100만원) 등 다른 유통·식품업종 기업들도 비슷한 이유로 하위권에 포함됐다.
성별 연봉 격차 비율이 90% 이상, 즉 남녀 간 격차가 거의 없는 기업은 금호타이어, 풍산, 현대글로비스, 에스원, KT 등 5곳이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여성 직원 수가 남성보다 확연히 적어 통계적 변동성이 큰 편이다. 반대로 코오롱글로벌의 여성 연봉은 남성의 절반 수준이었다.
여성 평균 근속연수 역시 남성의 76%에 그쳤다. 다만 10개 기업은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길었고, 2곳은 동일했다. 현대코퍼레이션, LX인터내셔널, 코웨이 등 3개사는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 대비 40% 이상 높았다. 반대로 '남초' 산업인 중공업·건설업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HD현대미포, HL만도, 한온시스템, HDC현대산업개발, 고려아연, 한화오션 등 6개사는 여성 근속연수가 남성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 업종은 특성상 과거 남성 위주의 선발이 이뤄진 데다 최근 양성평등 채용을 통해 신입 여성 직원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근속연수 차이가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 중공업 기업 관계자는 "채용과 리더십 육성 등에 있어 여성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사업 특성상 절대적인 여성 수가 부족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여성 연봉 평균 1억원…1위 NH투자증권
급여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금융기업에서는 어떨까. 조사 대상 37개 금융사의 여성 평균 연봉은 1억원으로, 100대 기업 평균보다 약 25% 높았다. 여성 연봉 1위는 NH투자증권으로, 1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억2800만원), 삼성증권(1억24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여성 연봉이 1억원 넘는 금융사는 20곳(54%)으로, 100대 기업(16%)보다 비율이 3배 이상 높았다. 금융기업의 처우가 국내 최고 수준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DB손해보험(6300만원)과 우리카드(7600만원)는 타 금융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했다.
다만 성별 연봉 격차 비율은 금융권이 더 낮았다. 금융사 여성 연봉은 남성 대비 70.6% 수준이었다. 전체 남성 평균 연봉이 1억45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연봉이 1억4000만원 이상이면 급여를 받는 직장인 중 상위 3%에 해당하는데, 18곳의 남성 평균 연봉이 이를 상회했다.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컸던 곳은 메리츠증권이었다. 여성 연봉이 1억1000만원임에도 남성이 업계 최고 수준인 평균 2억2000만원을 받아 2배 차이가 났다. DB손해보험도 남성 연봉이 1억2000만원대인 데 비해 여성 연봉은 6300만원으로 절반가량에 머물렀다.
정작 근속연수에서는 성별 간 차이가 거의 없었다. 여성 근속연수는 남성의 97.8%로 사실상 동일했다. 오히려 16개사는 여성이 더 오래 근속했다. BC카드(51.3%)와 KB국민카드(68.6%), 현대해상(72.9%)을 제외하면 모두 100대 기업 평균(76%) 이상의 비율을 보였다. 특히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은 여성의 근속연수가 남성보다 30% 더 길었다. 이는 성별 임금 격차가 단순히 근속연수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융권의 성과 중심 문화와 고위직에서의 여성 비율 부족, 임신·출산으로 인한 경력 공백 기간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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