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적용해 움직이는 캐릭터들
엔비디아 '에이스' 등장에 흐름 바뀐 게임업계
크래프톤, 위메이드 등 에이스 신작 게임 적용
게임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 노리는 엔비디아
"디지털 휴먼의 시대가 오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인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소프트웨어를 출시한 이후 게임 산업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다. 단순한 그래픽 연산을 넘어 플레이어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AI 캐릭터, 현실에 가까운 배경 묘사 등 게임업계의 흐름을 바꾸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국내외 게임업계들도 분주해졌다.
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신작 게임들이 엔비디아의 AI 기반 기술인 '에이스(ACE·아바타 클라우드 엔진)'를 활용해 비플레이어캐릭터(NPC)를 구현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게임에서 등장하는 조연 역할의 캐릭터들이 대화하거나 움직일 때 개발자가 입력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형 AI가 문맥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를 게임 속에 구현할 수 있게 된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새로 개발되는 많은 게임에 경쟁적으로 AI 구현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며 "유저 입장에서는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신선한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서는 "AI 기술이 개발자, 시나리오 작가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는 후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023년 5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3'에서 에이스를 처음 공개했다. 이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도 에이스는 게임용 버전으로 재등장하며 AI 게임 기술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출시와 동시에 국내 게임업체들과도 발 빠른 협업이 이뤄졌다. 크래프톤은 CES 2025 당시 엔비디아의 에이스를 적용한 대화형 플레이어 캐릭터(CPC)를 공개했다. CPC는 소형언어모델(SLM)을 기반으로, 플레이어의 자유로운 발화에 반응하는 실시간 대화형 캐릭터다. 이 역시 개발자가 입력하지 않은 질문이나 돌발 상황에도 맥락을 인식해 독립적인 답변과 행동을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올해 3월 CPC를 탑재한 신작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를 출시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CPC 기반 신작이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보다 더 빠르게 100만장 판매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며 "게임마다 특성이 달라 모든 게임에 적용할 순 없지만 지속적으로 (CPC 관련) 기술력을 발전시킨 다음 점차 확대 적용하겠다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위메이드도 최근 연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신작 '미르5' 게임에 에이스를 적용하고 있다. 회사는 미르5에 등장하는 AI 보스를 공동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SLM과 검색증강생성(RAG)이 적용돼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공격 패턴을 학습하고 진화한 공격을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AI 기술을 그래픽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 고도화에도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엔비디아의 AI 기반 프레임 생성 기술인 'DLSS' 시리즈다. DLSS는 고해상도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구현하면서도 그래픽 처리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기술로, 더 부드러운 화면과 고해상도 그래픽 구현이 가능하다. 황 CEO가 올해 5월 '컴퓨텍스 2025' 기조연설과 지난 1월 'CTC 2025' 등 기조연설에서 배경으로 사용한 고화질의 궁전 그래픽 화면에도 이 기술이 활용됐다.
지난 2월 위메이드가 출시한 '레전드 오브 이미르'에도 엔비디아의 DLSS3가 활용됐다. 펄어비스도 최근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 사막'에 최신 기술인 DLSS4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AI와 게임의 접점이 점점 넓어지면서 게임 산업 전반의 생태계도 재편되는 분위기다. 콘텐츠 제작의 주도권이 엔진 개발사나 퍼블리셔에서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비디아의 'AI 게임 플랫폼화' 전략이 전통적인 게임 개발 패러다임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목표는 게임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는다. 엔비디아는 게임뿐만 아니라 생활, 산업 등 각계 분야의 구분을 넘어서 완전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엔비디아코리아 관계자는 "결국에는 나중에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나오게 된다면 게임 기술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술들이 다 합쳐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단순 움직임뿐만 아니라 생각, 행동이 사람처럼 이뤄지기 위해 계속해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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